한때 '확실히'를 '학실히'라고 발음하는 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말뜻을 오해할 소지는 적지만 '관광'의 발음을 '강간'이라고 발성한다면 상황은 다소 심각해진다. 우리말에서도 모음의 차이가 자음 발성보다 중요한 요소인데, 영어에서는 모음의 중요성이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영국과 미국 영어의 차이도 모음 때문이고, 표준어와 사투리를 결정짓는 것도 모음이다. 다행히도 복모음이 발달한 우리말은 영어의 복모음 발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What's your marital status?'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status의 모음이고, 발성에 따라 출신 지역과 성향이 드러난다.
Status의 사전적 발성은 '스테이터쓰'인데, 들리는 대로 녹취하면 '스때러쓰' '스떼이더쓰'로 나온다. 글자 a는 발음기호는 /æ/인데, '장음' 표기가 없어도 실제로는 가장 긴 모음으로 간주하고 길게 내야 표준어처럼 들린다. 이 길고 짧은 음의 조화가 '외국인'과 '원어민'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원어민들도 출신 지역이나 나라에 따라 status(지위)를 /steit s/로 발음하는 사람과 /stæt s/ 식으로 나뉘는데, 후자가 casual speech에서 더 많이 쓰인다. 같은 방식으로 data의 발성도 '데이터'냐 '대~라'냐로 나뉘고 taxi happy의 발성에서도 speaker의 배경과 특성이 드러난다.
미국이 독립 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정치가였던 Benjamin Franklin(1706~90)의 발음이 가장 멋졌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Philadelphia가 초창기 식민지의 문화적 중심지였는데, 그 특징이 calm, what 등의 발음에서 /a/소리를 마치 /cam/ /hat/처럼 짧게 발음하는 형식이었다. 또 다른 모음 /i/도 짧게 처리하던 때였다. 즉 get, chest, general 등을 /git/, /chist/, /gineral/처럼 발음했는데, 요즘 같으면 사투리라며 배척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Boston 등의 동북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그 잔재가 엿보인다.
이런 발음의 배경에는 사전 편찬자였던 Noah Webster의 공로가 컸다. 미국 영어의 자유와 독창성을 부르짖고 이를 철자법(spelling)을 통해 자신감 있게 전파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지금 남부 발음과 표준어 발음 지역인 중서부 그리고 동북부의 차이점도 바로 /a/ 소리에서 구별된다. 복모음이 단모음화하고 단모음이 장모음화하는 발음 현상도 결국은 모음의 정확한 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영어 모음의 장단과 복모음의 정확성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발성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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