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기의 순간, 가장 극적인 한 방을 터트리며 박주영(29ㆍ왓포드)이 돌아왔다. 박주영이 ‘원샷 원킬’ 능력을 선보이며 그 동안의 ‘경기력 논란’을 불식시켰다.
박주영은 6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8분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박주영은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몸놀림을 보였다. 전반 7분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와 등을 진 상태에서 골문으로 침투하던 이청용(26ㆍ볼턴)에게 완벽한 어시스트를 내줬지만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날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박주영의 진가는 전반 18분만에 드러났다.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22ㆍ레버쿠젠)이 전방으로 쇄도하던 박주영에게 오른발로 패스를 전달했고, 달려들던 박주영이 지체 없이 왼발 슈팅으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지난해 2월6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이후 13개월 만에 국가대표 경기에 모습을 보인 박주영은 2011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이후 846일 만에 A매치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박주영은 전반 45분을 뛴 뒤 가벼운 무릎 통증으로 후반전에 앞서 김신욱과 교체됐다. 그는 볼 트래핑이 잘 되지 않는 등 실전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도 노출했지만 자신에게 쏠린 커다란 부담감을 딛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유의 ‘원샷 원킬’ 능력과 함께 오랜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음에도 동료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홍명보 감독이 왜 박주영을 뽑았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며 “득점 장면 외에도 동료들에게 볼을 돌려주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날 득점은 “박주영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라는 홍명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 방이었다. 박주영은 그 동안 “소속 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태극 마크를 달지 못했다. 아스널(잉글랜드)에서 전혀 기회를 잡지 못하다 1월 이적 시장을 통해 왓포드(2부)로 임대 갔지만 여전히 벤치 멤버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박주영은 대표팀에 줄곧 제기된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적임자임을 그라운드에서 스스로 증명했다. 박주영은 브라질 월드컵을 100일 앞두고 인생 역전의 기회를 살리며 김신욱(26ㆍ울산), 지동원(23ㆍ아우크스부르크) 등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갈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