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4일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사로부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1척을 약 14억7,000만달러에 만드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반 컨테이너선이 한 척 가격이 2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대형 일감이다. 이 배를 포함,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까지 올해 들어서만 삼성중공업은 총 20억5,000만 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아시아지역 선주 두 곳으로부터 8만4,000㎥급 초대형 LPG운반선(VLGC) 8척을 따냈다. 4척의 추가옵션 계약까지 걸려있어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은 상황.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총 14억4,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현대중공업이 단연 돋보인다. 상선을 중심으로 무려 50척을 수주해 전년 동기 실적(22억 달러)의 2배가 넘는 총 46억 달러의 수주를 따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전체 발주량이 늘어나고 있다. 기술력에서 앞선 만큼 국내 조선사들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연하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조선의 귀환'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 마침내 반등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해 들어선 저가 물량공세를 펴온 중국마저 큰 격차로 따돌리며, 확고한 세계1위 자리를 구축했다.
5일 국제 해운ㆍ조선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313만1,387톤(CGTㆍ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지난해 같은 기간(194만642톤)보다 61%나 늘었다. 이에 따라 세계 조선시장 내 점유율도 27.6%에서 42.3%로 크게 뛰어 오르며 중국(31.4%)을 크게 따돌렸다. 중국은 같은 기간 299만2,009톤에서 올해 1~2월에는 232만5,455톤으로 감소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금액 역시 70억1,800만 달러로 지난해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호조는 고부가가치선박 수주에서 나온다. 현재 세계 조선시장은 해양시추용 드릴십 같은 특수선박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주도하고 있는데, 주요 물량을 국내 조선사들이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값이 싼 벌크선과 유조선 등에 집중하고 있는데, 선주들의 주문 자체가 뜸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붐에 힘입어 부산물인 액화석유가스(LPG)를 실어나를 가스선 발주가 크게 는 점도 국내 조선사들의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는 상선 수주량도 증가했다. 국내 조선 3사는 같은 올 들어 총 68척의 상선을 수주, 전년 동기(12척)보다 무려 6배 이상 늘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수주액도 77억9,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해운시황은 작년부터 상승세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선박 거래 가격을 지수화 한 '선가지수' 역시 지난해 4월까지 126으로 바닥선을 유지하다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 초 135까지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리스, 독일 등 유럽 선주들이 2~3년 후 업황 개선을 기대하며 선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지속적인 발주물량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심 수출 1위 탈환도 기대되고 있다. 조선은 2011년까지 우리나라 부동의 1위 수출품목이었지만 석유 반도체 등에 밀려 2012년엔 3위, 작년엔 4위까지 추락했다. 업계는 연초 기세를 살려간다면, 정상탈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조선산업이 살아날 경우 철강 중장비 등 다른 산업도 연쇄적 개선이 기대된다.
박효은 신한증권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영향으로 연초 실적은 좋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은 남아 있다"면서 "2015년 이후 상선 발주가 본격화된다면 완전한 회복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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