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동해안으로 발사한 신형 300㎜ 방사포가 하마터면 인근을 지나던 중국 민항기를 격추할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4일 오후 4시 17분쯤 원산 인근 호도반도에서 북동방향 공해상으로 포를 쏘고 불과 7분 뒤인 4시 24분쯤 일본 나리타에서 중국 선양으로 향하던 중국 남방항공 소속 민항기(CZ628)가 방사포탄이 날아간 궤적을 통과했다. 민항기는 고도 10㎞로 날고 있었고, 방사포탄은 고도 20㎞로 발사지점으로부터 150여㎞를 날아가 동해상의 같은 상공을 지나갔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220여명이 타고 있었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진 것은 북한이 포탄 발사 전 주변국에 항행경보를 공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어 4시 57분에 1발, 5시 7분에 2발 등 신형 방사포 총 4발을 발사했지만 이때는 인근을 지나는 항공기가 없었다. 하지만 4발의 신형 방사포는 기존 방사포에 비해 사거리가 길어 일본측 방공식별구역에 떨어졌다.
국방부는 4일 저녁 주한중국대사관 무관을 통해 이런 사실을 중국측에 통보했다. 지난달 21일부터 북한이 총 4차례에 걸쳐 18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대자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를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중국측은 "깜짝 놀랐다"며 북한에 대해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도발행위는 국제적 항행질서 위반이자 민간인 안전에 심대한 위협"이라며 반복적인 도발중단과 국제규범 준수를 촉구했다.
이에 북한은 "로켓 발사는 도발이 아니라 자위적 행동"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의식한 듯 로켓 발사의 정확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담화를 통해 "로켓은 자그마한 편차도 없이 안전하게 비행해 목표수역에 정확히 도달하는 최상의 명중률을 과시했다"며 "이번 훈련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물론 국제항행질서에 사소한 영향도 주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 방사포란 : 북한은 동시에 여러 발을 쏘는 다연장로켓을 방사포라 부른다. 방사포는 장사정포(사거리 40㎞ 이상)의 일종으로, 휴전선 인근에 200여문이 배치돼 있다. 기존 방사포의 사거리는 60㎞ 남짓인데 반해 북한이 4일 발사한 신형 300㎜ 방사포는 사거리가 200㎞에 달해 대전 이남까지 타격할 수 있다. 통상 발사체가 추진력을 얻는 방식에 따라 엔진을 장착하면 미사일, 화약이 터지면 포, 연소제를 주입하면 로켓으로 칭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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