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제3지대 신당 창당' 전격 합의를 두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용인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이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오랜 지인인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상의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폐쇄적 용인술'이 도마에 올랐다.
박 원장은 이번 통합 결정 외에도 안 의원의 중요한 정치적 결정 때마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2012년 10월 인하대 강연에서 정치개혁 방안으로 제기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 주장도 실제는 박 원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었다. 당시 안 의원은 강연에 앞서 총 4개의 보고서를 받고 박 원장의 안을 최종 낙점했다. 그러나 의원정수 축소 주장은 '정치 포퓰리즘' 논란을 낳았고 캠프 관계자들은 이를 진화하기 위해 홍역을 치러야 했다.
대선 당시 박 원장은 캠프 내 거의 모든 결정에 개입했고 안 의원 역시 거의 매일 박 원장 사무실을 방문해 의견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면 박선숙 당시 공동선대본부장과 박경철 원장에게 각각 전달됐다"면서 "이들이 각자 수정한 보고서를 올리면 안 의원이 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 끝에 안 의원이 전격 후보 직 사퇴를 선언했을 때도 안 의원은 박선숙 김성식 송호창 선대본부장이 아닌 박 원장을 먼저 찾아가 의견을 구했다는 게 정설이다. 때문에 캠프 내부에선 "박 원장이 캠프 결정을 좌우할 것이면 차라리 정식으로 합류해서 활동해야 한다"는 불만이 높았다.
지난 1일 안 의원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회동 자리에 배석한 곽수종 새정치연합 총무부장도 박 원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뒷말이 나온다. 곽 부장이 윤여준 의장과 김성식 공동위원장도 몰랐던 회동에 참석한 것은 안 의원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곽 부장은 새정치연합의 자금과 인사를 쥐고 있는 드러나지 않은 핵심 인사"라고 말했다.
정치 지도자가 주변에 자문단을 두고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것은 오랜 정치권 관행이다. 하지만 조직 내부 결정보다 일부 측근인사의 의견이 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안 의원의 '새정치'와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종인 전 보건사회부 장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박선숙 김성식 전 의원 등 한때 안 의원과 가까웠던 인사들이 현재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협소한 용인술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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