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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제재 발 빼자" 영국 정부 문서 파파라치에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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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제재 발 빼자" 영국 정부 문서 파파라치에 들통

입력
2014.03.0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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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역내 러시아 자산동결 등 경제제재를 본격 검토하는 가운데 영국이 이 제재에서 자국은 빠지는 게 좋겠다는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실은 프리랜서 사진가가 찍은 대책회의 문건(사진)을 통해 알려졌으며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가디언 등 영국 신문에 따르면 3일 우크라이나 대책을 논의하는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총리실로 향하던 한 장관의 손에는 관련 보고를 위한 서류가 들려 있었다. 사진에 포착된 이 문서에는 "(영국의)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런던 금융센터는 러시아에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아야 한다"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

스티븐 백이라는 프리랜서 사진가가 찍은 이 문서에는 영국의 러시아와 관련된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이 문서에는 "영국은 비자 제한과 여행금지는 다른 EU 국가와 같이 한다" "러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은 사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전달해야 하며 공적인 발언은 포괄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등 영국의 실질적인 대러시아 외교 방향이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NSC 회담에서 어떠한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문서에 적힌 대로 런던의 금융센터는 계속 러시아에 별도의 제재를 하지 않을 것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문서 내용은 이전 캐머론 총리 발언과 상충된다. 캐머런 총리는 러시아 사태와 관련해 "이 시점에서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만 한다"며 "이는 전 세계가 러시아 정부에 보내야 하는 매우 명확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문서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영국 정부가 속으로 실리를 저울질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가디언 역시 영국 정부가 모스크바를 향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를 원하지만 그로 인해 경제적 불이익을 겪기는 원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영국의 이런 태도를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존 맥케인 상원 의원은 "영국의 태도가 실망스럽다"며 "유럽 국가들이 과거의 교훈을 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럽이 제재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유럽 국가들의 반응이 놀랍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사태에 대한 실리를 따지고 있는 건 비단 영국만은 아니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의 천연가스 공급권과 가격 흐름을 쥐고 있다. 이 때문에 대외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자국에 돌아올 위협을 계산하며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제재에 실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러시아 제재의 수위는 제각각이다. 이날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강경 대응하자는 나라와 대화를 전제한 외교적 해결을 우선하자는 나라로 나뉘었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외교적 해결 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소극적인 유럽 주요 국가들과 달리 이란에 했던 것과 같은 강력한 경제 제재를 러시아에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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