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 뮤지컬의 본무대에 한 번도 오른 적 없는, 이른바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초연하는 제작자에겐 하나부터 열까지가 편견과의 싸움이다. '창작'이란 꼬리표는 사실 '촌스럽다'는 뉘앙스가 짙어 협찬사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기 일쑤고 관객은 창작뮤지컬을 브로드웨이 작품에 떨어지는 삼류 정도로 판단하곤 한다. 작품성이 뛰어난 창작뮤지컬이 제작사 혹은 극장 측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장기공연과 해외진출의 꿈을 꺾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 18일 대극장에 올리는 '프랑켄슈타인'(충무아트홀 제작)은 창작뮤지컬이 겪어야 했던 편견과 가시밭길을 해쳐나갈 기대작으로 평가 받는다. 극장이 제작하는 창작뮤지컬 가운데 거의 처음 상업적 콘텐츠로 승부하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국산'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켄슈타인'을 연출하고 쓴 왕용범 연출은 이 작품의 음악을 특히 강조한다. 뮤지컬 콘텐츠는 음악, 대본, 무대미술의 3대 요소로 이뤄지는데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은 탄탄한 예술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음악을 쉽게 아는 작곡가들이 있어요. 하지만 2시간 30분 전후의, 오페라 전체에 버금가는 스케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뮤지컬 음악 역시 어려운 작업입니다. '프랑켄슈타인' 음악은 영화 '올드보이'의 테마를 만든 작곡가 이성준씨가 맡았어요. 클래식을 베이스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다양한 장면이 밀착합니다."
왕 연출은 이씨가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을 한국인 최초로 입학해 수석 졸업했다고 알려주었다.
1818년 메리 셸리의 호러 소설로 탄생한 '프랑켄슈타인' 원작은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의 오만함, 그리고 그 결과물인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철학적 작품이다. 기존 창작 작품과 달리 글로벌한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외국 고전을 한국적으로 현대화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제작진은 모든 배우의 '1인 2역'이라는 독특한 시도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1막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조력자인 앙리역을 맡은 배우가 2막에선 괴물로 등장해요. 괴물이 도망간 스페인에서 밑바닥 인생들을 만나 갈등하는 구도가 그려지는데, 1막에 등장한 배우들이 전혀 연관성 없는 배역으로 2막에 다시 나와요. 괴물과 인간종의 갈등과 대립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사람'이 달라도 역시 '한 통속'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려는 것입니다. 2막은 괴물이 꾸는 악몽과도 같은 공간인데, 보통 꿈속의 인물은 과거에 잘 알던 이들이잖아요. 1인 2역은 이런 의도로 이뤄졌어요."
왕 연출이 말하는 '프랑켄슈타인'의 또 다른 특이점은 장면 전환이 많다는 점이다. "전체 신(scene)이 50개에 달해요. 영화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암전은 몇 장면 없어요. 무대엔 바벨탑이 서있고 문을 열면 인간의 갈빗대와 같은 형상을 볼 수 있어요. 신을 향한 도전,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쌓고 있는 바벨탑을 통해 관객이 많은 메시지를 가져가길 바래요."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