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신당을 창당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신당 합의와 선언은 새정치와 정권심판이라는 명분의 접점만으로 가능했지만, 구체적으로 강령을 만들고 조직을 구축할 때는 시각과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 특히 지도부를 구성하고 지방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대목에서는 점잖은 토론이 심각한 대립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 내 계파들까지 나서는 형국이 되면, 신당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지도 모를 일이다.
■ 이런 우려를 피력하면 민주당에서는 진지하게 수긍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무슨 계파가 있다고 그러느냐"는 반박도 한다. 하긴 그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니다. 1970, 80년대 YS의 상도동계나 DJ의 동교동계처럼 결속력이 강한 계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계보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주거나 공천을 담보해주는 보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고질을 꼽으라면, "계파 나눠먹기"라는 답이 가장 많다.
■ 왜 그럴까. 착시현상 때문이다. 평소엔 계파라고 부를만한 모임이나 무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지시와 복종관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도부 경선이나 선거 공천이 이루어질 때면 계파의 민낯이 드러난다. 2012년 총선 공천이 생생한 사례다. 검찰개혁을 위해 유재만 이재화 변호사를, 재벌개혁을 위해 유종일 박사를 영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들은 공천 명단에서 빠졌다. 친노, 반노, 비노 모두 자기 식구만 챙기느라 이들을 내팽개쳤던 것이다.
■ 계파의 폐해는 명분과 논리의 독점에서 더 심각하게 드러났다. 당시 친노를 주축으로 '세대교체와 선명성'의 논리가 제기됐다. 그 바람에 관료 출신들이 대거 낙천됐고,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도 막판에 겨우 공천을 받았다. 결과는? 김 의원은 전국 최다득표를 했고, 민주당은 졌다. 아무리 근사한 명분으로 포장해도, 그 이면에 추한 계산과 이익이 도사리면 국민은 고개를 돌린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신당 창당은 특히 그리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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