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은행 저축성 예금 증가율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계 빚은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반면, 저축은 더디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가계가 목돈 마련 등을 위해 은행에 맡긴 정기예ㆍ적금 등 저축성 예금은 459조7,4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언제든 인출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은 41조9,584억원으로 1년 새 20.3%나 급증했다. 저축성예금 증가율은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요구불 예금은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가계의 저축성예금은 2008년 12.3%에서 2009년 9.7%, 2010년 16.0%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 2011년 9.4%, 2012년 6.2% 등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저축성예금 증가율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것은 가계의 여윳돈이 풍부하지 않다는 방증. 실제 지난해 시중통화량(M2) 중 기업 보유분은 1년 전보다 13.3% 늘었지만 가계 및 비영리단체 보유분은 5.7%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기에 저금리 탓에 매력이 떨어진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에 돈을 넣지 않고 대기성 성격인 요구불예금 등에 자금을 넣어두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가계 부채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인 가계신용은 작년 말 현재 1,021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조5,393억원, 6.0% 증가했다. 저축예금 증가율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저축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딘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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