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인이 방위사업청 텃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간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할 방위사업청과 실종신고를 받고도 노인의 집 근처 방사청을 수색하지 않은 경찰 모두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지난달 7일 장모(87)씨가 하루 전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 경찰관 27명을 동원해 2시간 수색을 했다. 하지만 장씨의 집에서 불과 1㎞ 남짓 떨어진 방사청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수색 대상에서 제외했다. 방사청은 부지 면적 2만6,000여평, 담장 둘레가 2㎞에 달하지만 이 지역에 있을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다.
장씨는 실종신고 13일째인 20일 산책하던 직원들에게 방사청 담장과 텃밭 사이 V자로 패인 도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곳은 정문에서 300여m, 후문에서 200여m 떨어져 있으며 직원용 주말농장이어서 겨울에는 인적이 거의 없다.
문제는 군수품 조달과 방위 관련사업을 총괄하는 방사청 방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중앙행정기관 청사, 국가정보원 지부 등과 같은 국가중요시설 '다'급에 속한다. 24시간 개방된 정문은 경비실에서 전자출입증을 인식해야 드나들 수 있다. 차량이 주로 출입하는 후문 두 곳은 평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개방하는데 청원경찰이 출입증을 확인한다. 방사청 관사로 난 쪽문 역시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출입문 네 곳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만 장씨가 방사청에 들어오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모든 출입문에 설치된 CCTV 화면을 장씨가 발견되기 15일 전부터 확인했지만 장씨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CCTV와 교대근무 시스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사청 외곽을 둘러싼 담장은 높이가 2m 이상인데다 상부에 철조망까지 설치돼 있어 운동기능이 떨어진 80대 파킨슨병 환자가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출입문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 기기 결함이나 출입구 경비 근무에 빈틈이 있을 수 있다"면서 "방사청 방호시스템에 대해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의 유족은 타살 흔적이 없어 부검을 원하지 않았다. 장씨의 장례식은 23일 치러졌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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