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인정받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데, 배상액 높이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시정 개선안에 대해 노동계는 냉소적이었다. 우문숙 민주노총 비정규직본부장은 "(차별시정) 제도가 있으나 이미 유명무실화됐다. 관련 법 개정안이 '개악'은 아니지만, 근본적 개선이 아니라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 개정에 앞서 비정규직 차별시정 제도는 이미 존재한다. 정부는 2007년 7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단시간 근로자가 정규직에 비해 임금,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하면 차별시정위원회가 구성돼 차별 판단 및 시정명령을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 제도는 피해 당사자만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노동계는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용자를 상대로 차별시정 신청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권두섭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은 "차별 임금 몇 푼 받기 위해 시정 신청하려면 해고를 감수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인 제도"라며 "노조가 대신 차별 신청을 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대표자나 노동조합이 차별 시정 신청을 하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정부는 미봉책으로 2012년 8월 근로감독관이 차별 시정을 신청하도록 하는 안을 추가로 마련했으나 노동계는 "정부의 차별 기준이 자의적이라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근로자가 고용 위험을 무릅쓰고 신청하더라도 비정규직 차별을 인정받기는 극히 어렵다. 요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선 비정규직 차별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대상근로자가 있어야 한다. 가령 돌봄교사 학교급식조리사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나 인천공항 근로자의 87%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비교할 정규직이 없어 차별 시정을 신청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비정규직 계약이 반복 갱신되거나, 정규직으로 간주되는 무기계약직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2007년 7월부터 2013년까지 정부가 집계한 차별시정 신청건수는 2,609건으로 이 중 차별로 판정된 건 209건에 불과하다. 13건 중 1건만 차별로 인정받는다는 말이다. 중간에 취하하는 경우는 1,001건에 달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대심리도 줄었다. 실제로 차별시정제도 시행초기인 2007년과 2008년 신청건수가 786건, 1,325건으로 치솟았다가 2009년 82건으로 급격히 떨어져 2010년 194건, 2011년 46건, 2012년 96건, 2013년 80건에 그쳤다.
차별을 인정받아도 보상수준은 턱없이 낮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9년과 2010년 불합리한 차별로 판정된 사건의 판정문을 토대로 실제 보상금액을 산정한 결과 13건 중 7건만이 300만원 이상 금전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100만원 미만인 경우도 4건이나 됐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당사자가 차별시정을 신청해야 하고 입증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대통령 공약을 지켰다는 것 이상 의미를 부과하긴 어렵다"고 평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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