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강제징용에 끌려가 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더라도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함상훈)는 강제동원 피해자 양모씨의 유족이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양씨는 1940년경 강제 징용됐다가 광복 이후 귀환해 1978년 숨졌다. 이후 양씨는 유족의 신청으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 받았지만, 지원위원회는 “양씨가 징용으로 장해를 입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위로금 지급은 기각했다. 이에 유족은 지난해 9월 양씨의 허리 부상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재판 과정에서 ‘양씨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일을 잘 하지 못했다’는 친척 등의 진술 외에 객관적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양씨가 일본에서 귀환해 사망하기까지의 시대상황과 양씨가 사망한지 30년 이상 지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유족이 양씨의 장해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제했다.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감안해 위로금 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어 “희생자지원법의 목적과 취지는 강제동원 희생자와 그 유족 등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해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양씨 가족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양씨가 강제노역으로 장해를 입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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