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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피살' 혜진이 아빠 6년 넘게 술로 살다 결국 딸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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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피살' 혜진이 아빠 6년 넘게 술로 살다 결국 딸 곁으로

입력
2014.03.0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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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이를 보내고 나서 매일 술로만 살았는데… 이제는 딸 옆에서 편안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07년 12월 25일, 세간을 분노에 떨게 만들었던 '혜진이ㆍ예슬이 살해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이혜진(당시 10살)양의 아버지가 딸을 먼저 보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술로 연명하다 숨졌다.

4일 유족 등에 따르면 혜진양의 아버지 이창근(53)씨가 지난 3일 오후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였지만 딸을 잃은 괴로움을 달래려고 6년 넘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신 술이 원인이었다.

혜진양이 살해된 후 이씨는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술 없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족과 지인들의 권유로 알코올 중독 상담센터에서 치료도 받았지만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꾸리던 살림이 조금 나아졌을 때 뒤늦게 얻은 혜진양이었기에 이씨의 슬픔은 더욱 컸다.

딸을 살해한 정성현(45)이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이씨는 "그런다고 내 딸이 돌아오느냐"며 격분했다. 지난해 12월 24일 5주기 추모식에서도 "혜진아 이불은 덥고 자니? 널 안고 잘 때가 제일 행복했었는데…. 널 먼저 보낸 죄인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니"라며 자책했다.

남편을 대신해 안양시청 구내식당에서 일하며 살림을 꾸려온 부인 이달순(49)씨와 아들(24), 딸(22) 등 유가족은 5일 수원연화장에서 이씨를 화장한 뒤 그토록 그리던 혜진양이 묻힌 안양 청계공원묘지에 안치하기로 했다.

혜진양의 외삼촌 임영순씨는 "살인마 정성현은 아직도 살아서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구치소를 상대로 소송까지 하고 있는데 피해자 가족들은 하루하루 고통에 살고 있다"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사형이 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현은 2007년 12월 25일 경기 안양에서 이혜진ㆍ우예슬(당시 8살)양을 집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이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버린 혐의로 기소돼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안양=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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