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남편 없는 '퍼스트 레이디 외교'를 재개한다. 백악관은 3일 미셸이 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간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셸이 '나 홀로 외교'에 나서는 것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두 딸이 학기 중일 때 백악관을 절대 비우지 않는 엄마 미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미셸은 그 동안 두 자녀 교육과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는 것을 감안, 해외 순방에 신중했다. 대신 자신을 '엄마대장(mom-in-chief)'이라 부르며 보통 부모들의 관심사인 아동비만, 학교급식 등 주로 국내 문제에 매달렸다. 이제 두 자녀는 엄마의 손이 덜 필요할 만큼 성장했고 힐러리도 오바마 정부를 떠났다. 이런 시기에 퍼스트 레이디 외교가 재개되자 미셸이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셸의 방중에는 두 딸 사샤와 말리아, 모친인 메리언 로빈슨이 동행한다. 방중 취지가 교육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미셸을 맞는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미중 정상회담 때 조우할 뻔했으나 미셸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참해 무산됐다. 캘리포니아주 서니랜즈에서 열린 회담 때 펑리위안이 혼자 지내게 되자 미셸로선 자국을 찾은 손님을 박대한 모양새가 됐다. 외교적 결례란 지적이 나오자 미셸은 펑리위안에게 두 딸과 함께 머지 않아 방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미셸은 2010년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을 혼자서 찾은 직후 멕시코를 방문해 젊은이들과 정치ㆍ경제를 놓고 대화했다. 이듬해에는 보츠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남편 없이 홀로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 부인의 해외순방은 비정치적이란 점에서 독특한 친선외교 역할을 한다. 퍼스트 레이디 외교는 역대 최고의 대통령 부인으로 평가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에서 시작됐다.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현대적 대통령 부인 역할을 제시한 그는 2차 대전 때 적십자 대표로서 영국 아일랜드, 태평양의 미군기지를 방문했다. 존 F 케네디 정부는 인기 높은 재클린 케네디를 그리스 이탈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친선대사로 파견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전형적인 대통령 부인 역할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경우다. 그는 1995년 중국에서 열린 유엔여성회의에 단독으로 참석해 세계 여성지도자로서 길을 걷기 시작, 지금과 같은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의 위상을 마련했다.
미셸이 클린턴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엘리너의 역할에 만족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편이다. 그러나 남편 오바마 보다 높은 정치적 인기로 미뤄볼 때 이는 미셸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까지는 미셸은 그 중간지대에 서 있다는 평이다. 오바마 집권 1기 때 어린이 비만퇴치에 주력한 미셸은 집권 2기 들어 교육을 퍼스트 레이디의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복잡한 사회 문제가 얽혀 있는 교육 이슈는 미셸에게 중간지대에 선 엄마대장 이상의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미셸이 방중하는 시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유럽을 방문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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