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인문학적으로 소비하는 기류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공연, 문학, 미술 등 대다수의 문화 범주가 인문학의 거대한 저수지 안으로 빨려 들고 있다. 두산아트센터가 3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 행사는 '불신시대'라는 주제 아래 연극 공연과 인문학자의 강연, 미술 전시가 어우러진, 그야말로 인문학의 잔칫상이다. '믿음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아픔, 넘을 수 없는 불신의 벽을 쌓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두산인문극장'이 던진다.
문학과지성사의 문화공간 '사이'와 두산아트센터가 기획, 제작한 '두산인문극장'은 공연, 강연, 영화 상영의 세 카테고리로 나뉜다. 여기에 두산갤러리는 관련 기획전을 더한다.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 중 내달 1일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극단 골목길(연출 박근형)의 연극 '베키 쇼'는 미국 드라마 '콜드 케이스'의 작가인 지나 지온프리도의 작품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갈등을 흥미롭게 조명하는, 국내 초연작이다. 5월 7일부터 공연하는 이수인 연출의 연극 '엔론'은 미국 7대 기업의 하나였던 엔론사의 몰락과 금융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기업판 맥베스'로 평가받는다. 역시 국내 초연. 6월 10일부터 김재엽 연출로 공연하는 '배수의 고도'는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작가 나카츠루 아키히토의 연극이다. 사고 현장을 취재해 쓴 작품이다.
를 쓴 재독철학자 한병철(3월24), 민주주의와 그 불만이란 주제로 강단에 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5월19일), 소외된 인간을 이야기할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5월26일) 등 인문학자들은 '불신시대'란 주제에 맞춰 연강홀에서 강연한다.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프로듀서는 "신뢰가 위태로운 세상, 흔들리는 가족 관계와 공동체의 현실을 공연과 강연을 통해 보여주려는 기획"이라며 "극장의 영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큰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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