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가뜩이나 위태로운 신흥국 경제에도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전망.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이며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직전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세계 증시가 휘청거렸다. 4일(한국시간) 새벽 마감된 러시아 증시는 12% 폭락했다. 미국(-0.94%), 독일(-3.44%) 영국(-1.49%), 프랑스(-2.66%) 등 주요국의 증시도 줄줄이 추락했다.
전쟁 발발 가능성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품목인 곡물 가격과 원유가격도 급등했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5% 가까이 폭등했고, 서부텍사스산 원유가격도 2.3% 넘게 급등해 5개월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이뤄질 경우 세계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경제제재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공통으로 러시아에 대한 투자 금지,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신흥국들이 입을 타격도 커진다. 미국의 테이퍼링 시작 이후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급락을 겪고 있는 와중에 곡물, 유가 등 원자재 수입가가 급등하면 물가상승 등으로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이로 인한 글로벌 시장 변동성도 덩달아 커지고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서방 간의 극단적인 대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양측이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수준에서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 우크라이나 사태는 제한된 위험이라는 것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지하자원을 서방에 팔아야 부족한 재정을 채울 수 있으며, 서방이 투자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서방도 러시아와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우크라이나를 중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전날 폭락했던 러시아 증시는 이날 3%가 넘는 급등세로 출발, 오후 7시 현재 3.74% 상승했고 영국, 독일, 프랑스 주가도 오름세로 시작하는 등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 모습.
우리 정부는 이날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으나,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악화할 경우 수출 등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비키로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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