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의 예산을 절반 이하로 삭감한 데 이어 예산지출의 항목별 비중을 제한하고 학교장의 의결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 사업인 혁신학교 옥죄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3일 시교육청은 '2014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 기본계획'에서 학교장 중심의 자율적ㆍ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임의의 교원조직을 심의ㆍ의결 기구화해 갈등을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초교 교직원 회의인 '다모임' 등에서 교원이 교장과 똑같은 의사결정권을 가지면서 일부 권위주의적인 교장과 갈등을 빚자 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한 것이다.
예산 항목도 조목조목 따진다. 교원 워크숍 비용과 간식비는 각각 전체 예산의 5% 이내, 업무추진비는 3.5% 이내로 편성하고 체험학습 등 프로그램 운영비를 60% 이상 쓰도록 한 규정은 없앴다. 또 자율적으로 채용했던 행정보조 인력도 일반 학교처럼 1명만 둘 수 있다. 지난해 학교마다 1억5,000만원씩 지원하던 혁신학교 예산을 올해 6,000만원 내외로 60% 삭감하면서 간접비 감축에 나선 것이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박상준 장학사는 "항목별 비용 규정이 없다 보니 간식비를 3,000만원 이상 집행하는 등 지출이 과해 제한을 뒀고, 교장과 교사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교장의 입김만 커질 뿐 학내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워 혁신은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혁신학교 교장은 "예산까지 제한하려는 계획은 혁신학교의 전제인 운영의 자율권마저 시교육청이 손 안에 쥐겠다는 뜻"이라며 "지난해부터 혁신학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연말까지 혁신학교 지정 4년째를 맞은 27개교를 종합평가할 계획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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