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선언 다음날인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는 그간 리더십 위기에 몰렸던 김한길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신당 창당 추진 과정을 보고하는 동안 김 대표를 향해 의원들의 박수세례가 쏟아졌고, 김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결정하기까지 불면의 밤을 보냈다며 눈물을 흘릴 때도 "김 대표의 노고를 인정한다"며 격려했다. 통합신당 창당 합의가 당내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야권을 기사회생시켰다는 내부 평가가 반영된 것이다. 이로 볼 때 향후 당권 및 대권 등을 둘러싼 야권의 권력구도 재편과정에서 김 대표의 입김은 세질 수밖에 없다. 당장 '김한길 역할론'은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안철수 의원 및 김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비노 세력과 친노 세력은 통합신당의 정강정책 수립과 당권경쟁 과정에 노선투쟁을 동반한 세력재편은 불가피하다. 안 의원의 새정치와 김 대표의 정치혁신은 기본적으로 중도 우파적 성격을 띠고 있고, 친노와 소장 강경파 쪽은 진보 쪽에 가깝다. 따라서 안 의원과 비노세력이 연대를 통해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 측은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친노에게 당했다"는 앙금이 여전해 관계회복이 쉽지 않다.
이러한 세력재편 과정은 야권의 대권 구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통합신당 합의로 우위에 선 비노 진영이 당내 세력을 장악해 간다면 김 대표는 향후 대권경쟁 과정에서'킹 메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안 의원을 비노 진영의 대선주자로 세워 친노 견제에 나설 공산이 크다.
친노 진영도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서 벌어질 세력 대결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친노진영의 간판이자 대선 주자인 문재인 의원이 전면에 나서 역량검증을 거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비노 진영과 제휴하며 정치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안 의원과 정치적 동지관계를 맺어 온 박원순 시장도 재선에 성공할 경우 비노 진영의 대권 주자로 안 의원과 경쟁자로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대권 구도나 향배가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세를 변화시킨 김 대표가 역할 비중을 늘려갈 게 분명해 보인다. 지방선거 결과가 향후 김 대표의 역할 비중이나 야권의 대권구도에 중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노 진영은 당분간 수면 아래 숨어 있다 지방선거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책임론을 펼치며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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