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방역당국의 앞마당을 뚫고 들어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축산과학원이 품종개량 목적으로 기르던 연구용 닭과 오리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1만6,000마리를 살처분한 것. 농식품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AI대책으로 '농장주인의 방역노력'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3일 충남 천안시 축산과학원이 사육 중인 오리가 폐사하는 등 AI 의심증상이 나타나 검사한 결과 죽은 오리에서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축산과학원은 기르던 가금류를 살처분했으며, 고병원성 여부는 4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축산과학원 관계자는 "AI 피해를 막기 위해 미리 닭과 오리를 강원 대관령 일대와 수원시 등에 분산했기 때문에 일부 살처분하더라도 연구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AI 감염원인은 축산과학원의 방역실패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축산과학원은 지난달 23일 AI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 종오리 농장에서 1.7㎞ 떨어져 있다. 검사를 맡은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원인은 조사 중이다"라면서도 "자연발생보다는 주변의 AI바이러스가 방역소홀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털어놨다.
"AI 감염의 가장 큰 책임은 '장화 갈아 신기' 등 방역원칙을 지키지 않은 농장에 있다"며 농장주 책임론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농식품부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농식품부는 살처분 보상금을 AI 발생횟수에 따라 20%(1회)부터 최대 80%(3회)까지 깎는 등 농장주에게도 AI 피해의 책임을 분담시키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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