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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3월 4일] '한길로 철수'가 안 되려면

입력
2014.03.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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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창당 선언 후 인터넷에는 기대와 함께 '한길로 철수'라는 우스개 조의 비아냥도 만만찮게 퍼졌다. 안 의원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정치를 포기하고 기존 정치권에 투항-편승했다는 얘기일 터이다.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새정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 정치권의 작동원리는 힘 센 자의 줄세우기와 권력-금력 결탁에 의한 기득권층의 공고화였다. '돈 공천'이란 말은 이런 구태의 상징어다. 여야 구분 없이 다 그랬다. 새정치는 그런 것과 결별하는 것이다. 민주의 원칙으로 돌아가 인위적 여론조작이나 지배세력의 들러리를 거부하고 사람 중심 정치, 사람 섬기는 정치 하자는 게 새정치다. 보수건 진보 건을 떠나 합리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시민들이 눈살 찌푸리는 짓 그만두라는 게 새정치의 출발점이다.

안 의원이 들고 나온 새정치는 '기존 정치와는 완전히 다른 그 무엇'이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래서 '안철수 인플레이션'이 생겼다. 이제 그 인플레의 거품은 걷혀야 한다. 하늘 아래 새것 없듯, 새정치는 여태껏 없던 '신발명품'이 아니다. 과거와 달라지는 것이다. 87년 6월, 그 여름의 뜨거웠던 민주화 항쟁을 거치며 고양된 시민들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민주당과 안 의원이 제3 지대에 새집 짓고 함께 입주키로 하자 새누리당은 "야합적 선거전략"이라고 즉각 비난했다. 일응 타당하다. 그러나 1990년 1월, 김영삼 김종필씨를 마치 사령관 밑의 부대장처럼 연단 좌우에 세워둔 채 발표된 3당 합당 장면을 떠올려 보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새누리당의 전신 민자당은 유권자들의 선거 표심을 인위적으로 재조정해버린 '선거 무력화 행위'였다. 신당 비판할 자격, 없다.

신당이 민주-개혁 열망 층을 대변하고 시민들의 고양된 정치의식에 복무한다면, 정치적 합목적성을 획득할 수 있다. 반면 강력한 삼투작용으로 안철수 진영이 민주당에 흡수 통합돼버린다면, 신당은 지금 각자 얻고 있는 지지율의 산술적 합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다. 두 진영이 플러스알파의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그리고 일치된 목소리로 새정치 액션플랜을 내놔야 한다. "한 지붕 네 가족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친노 반노 비노에 안철수 진영까지 따지면 그런 우려, 맞다. 머릿수에 따른 자리다툼이나 하고, 노선 차이를 수렴하지 못한 채 사사건건 불협화음만 내면 합치지 않느니만 못하다. 아울러 신당이 변화와 개혁 열망 층의 뜻을 담으려면, 말 그대로 '빅 텐트'를 세워 모든 변혁세력을 포용하고, 각자 정체성을 유지한 채 민주와 새정치라는 공동 목표 아래 경쟁해야 할 것이다.

이제 안철수 의원은 '미실현 이익 기대주'에서 '예측 가능한 상장 주식'으로 바뀌었다. 그가 자신의 뜻을 이루느냐 여부는 지금이 시작이다. 그에게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명망가나 특정인의 개인적 인기에 기반을 둔 정치는 '양김 시대'를 마지막으로 진작 끝났다.

새정치는 신당이나 안철수 진영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새누리당도 새정치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집권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활용해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신당과 새정치 경쟁에 나선다면 유권자들은 흐뭇하게 지켜보고 냉철하게 평가할 것이다. 그 평가의 승자가 꼭 신당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누가 이기든 구태와 확실히 결별하고, 정치발전에 디딤돌 놓으며 국리민복에 기여한다면 그게 바로 새정치의 승자이다. 꿩 잡는 게 매라지 않던가.

신당이 민주당과 안 의원의 고뇌에 찬 결단인지, 대마를 건 곤마(困馬) 탈출용 도박인지는 머잖아 드러난다. 신당 대표는 누가, 지도체제는 어떻게, 공천 지분은 또 어떻게… 녹록지 않은 숙제들이다. 답 하나라도 틀리면 민심은 곧바로 돌아설 것이다. '한길로 철수'라던 인터넷의 비판조 비아냥을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한 길'로 합류하지 못하면 민심의 '철수'는 불가피하다"고.

이강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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