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신라대학교. 사범대 건물 6층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옥상에 올라 간 청소 노동자들이 문에 합판을 대고 못을 쳐 놓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6층 베란다에서 올려다본 옥상에는 '직접 고용 보장하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옥상으로 음식을 끌어 올릴 밧줄 하나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신라대 청소 노동자 11명은 이날로 4일째 대학 건물 옥상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대학측이 J사로 업체를 바꿔 청소용역계약을 맺은 것이 발단이었다. J사는 지난달 27일 기존 용역업체와 맺은 임단협 대신 상여금 삭감, 연차 휴가 반납, 하계∙동계 휴가 반납, 업무 범위 확대 등의 조건에 동의하는 노동자들만 고용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학에서 길게는 12년씩 청소를 해 온 노동자 40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이사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벌이다 일부가 고공 농성을 결심한 것이다.
옥상을 점거한 노동자 11명 중에는 남성이 2명, 나머지는 40~50대 주부다. 이들에 따르면 비닐과 천막 등으로 비와 추위를 피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 5년 간 이 대학에서 청소를 했다는 김모(50∙여)씨는 옥상에서 고개를 내민 채 "매년 계약을 할 때마다 피가 마른다. 100만원 정도 월급을 받고 종일 일하는데, 근로 조건이 더 나빠진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쳤다. 다른 노동자들도 "추운 밤마다 가족들이 보고 싶다. 실제 고용주인 대학이 직접 고용하길 바란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안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4일 오전 10시 신라대 본부 앞에서 이들 청소 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청소ㆍ경비 노동자 8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중앙광장에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벌였다. 이번 파업에는 고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12개 대학과 고대 안암병원, 연세재단빌딩 등 14개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CNS 등 용역업체들과 임금 교섭을 진행하며 5,700원의 시급을 7,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의 동결안에 가로막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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