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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3월 4일] 제3당의 운명

입력
2014.03.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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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합당 방침을 밝힌 데에는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등으로 양분된 여야 정치 현실에서 3당의 존립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물론 새정치연합은 국회의원 2명에 불과한 미니 정당이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이나 안 의원의 영향력,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이념적 노선 등으로 3당에 준한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창당도 하기 전에 깃발을 내림으로써 여의도는 또다시 양당 체제가 됐다.

■ 3당은 늘 출현과 해체를 반복했다. 11, 12대 국회에선 이만섭 총재의 국민당, 14대 국회에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이 있었으나 대선 이후 사라졌다. 1995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필 전 총리가 주도한 자민련이 3당으로 족적을 남긴 편이다. 중도를 지향하는 3당의 속성 대신, 영호남 중심의 여야 정치체제 속에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역구도를 통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공동 여당까지 올랐으나 2006년 한나라당에 통합됐다.

■ 3당의 출현이 반복되는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 속에 새정치를 갈망하는 국민 욕구가 끊이지 않는 데 있다. 새정치연합도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출발했다. 그러나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는 새정치연합의 정치 실험도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타협을 한 셈이다. 지역구도로 고착화한 우리 정치 상황 속에서 3당의 양적 팽창은 필연적으로 질적 하락을 부르게 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이상론의 현실론 선회다.

■ 3당으로서의 새정치연합은 사라졌지만 올곧은 균형자 역할을 담당할 또 다른 제3당은 언제고 다시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새정치를 기치로 한 통합 신당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이 같은 가능성은 더욱 빠르게 현실화 할 수 있다. 여야의 비생산적인 대립에 신물이 난 국민은 늘 '제2, 제3의 안철수'를 꿈꾸고 있다. '안철수 신당'인 새정치연합은 문을 닫지만 여야의 구태정치 타파를 염원하는 '안철수 현상'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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