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회화'체 영어를 A와 B의 대화로만 이해한다. 그런데 회화나 대화체 영어에도 규범이 있다. 서로 대화 내용에 충실해야 하고(relevant) 되도록 간단해야 하며(quantity) 정중해야 한다(manner)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A가 말하는 내용에 B가 선문답이나 하고 동문서답을 한다면 더 이상 대화는 지속되지 못한다.
여기 좋은 예문이 있다. A: Cold in here, isn't it? B: O.K. I'll shut the windows. C: Yea, it is. A는 '여긴 춥다'고 말하는데 C처럼 '네 춥네요'라고 대꾸를 한다면 '달이 참 밝지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보름달이니까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즉 상대가 원하는 내용과 주제에 협조해야 한다는 원칙(relevance)을 지켜야 대화가 가능해진다. 만약 A가 'Could you close the window?' 혹은 'Close the window'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겠지만, A는 B가 알아서 뭔가 해 주길 기대했을 것이고 어떤 기대치가 있었을 것이다. 즉 대화 상대에게 '쌍방의 주제에 서로 접근하고 되도록 매너를 갖춰 응해야 한다'는 원칙(politeness principle)도 숨어 있다.
'전화 좀 받아!'라고 말할 때에도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된다. 'I want you to answer the phone.' 'Will you answer the phone?' 'Can you answer the phone?' 'Would you mind answering the phone?' 'Could you possibly answer the phone?'모두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다. 첫 번째 문장이 가장 직설적이고 명령처럼 들리는 반면 맨 나중 것은 가장 정중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쌍방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나타난다. 따라서 'Before I forget'(잊기 전에 말씀 드리면), 'speaking of that'(그 말씀을 드리자면), 'Excuse me' 'Sorry to bother you'(잠깐 실례합니다만), 'I've been longing to meet you'(오랫동안 뵙고 싶었습니다만) 등의 보조어구를 활용하게 된다. 놀라운 얘기를 꺼내기 전에 'Guess what?'이나 'you know what happened to me this morning?'을 먼저 던지고 나서 말하면 상대의 반응과 협조를 얻어내기 쉽다. 부탁을 하기 전 'Could you do me a favor?'나 'Could you spare me a moment?'를 말하면 성공률이 그만큼 높아지고 대화의 목적은 달성된다.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대화의 묵계와 규범을 참고한다면 보다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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