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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세금 부담에… 월세 안정대책 벌써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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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세금 부담에… 월세 안정대책 벌써 '삐걱'

입력
2014.03.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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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의 전용면적 85㎡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40대 김모씨는 다음달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부월세(반전세)로 계약하자는 통보를 받았다. 월세 전환은 예상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전셋값 2억원을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만원 정도면 적정하다고 봤는데, 집주인은 월세 70만원을 요구했다. 김씨가 주변 시세와 비교해 너무 비싸다고 따지자 집주인은 "갑자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서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에 아파트 3채를 월세 주고 있는 60대 이모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존의 사업 소득에 임대 소득이 합산 과세돼 세율이 최대 38%까지 올라가게 됐기 때문. 임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산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2주택자 이하에 연간 월세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분리과세가 될 수 있어 이씨는 결국 집을 1채 팔고, 월셋값을 줄이면서 보증금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씨는 "갑자기 세금이 너무 늘어나 임대 사업 수지가 맞지 않게 됐다"라며 "정부의 추가 대책을 보고 나머지 아파트도 처분할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당초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월세시장 양성화를 통해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으나 집주인의 과세를 확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월셋값 상승, 급매물 증가 등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 발표 이후 월세 소득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고소득층들이 임대 소득을 자진 신고해야 하는지, 월세를 다시 전세로 돌리거나 집을 팔아야 하는지 등을 묻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부담 증가분을 메우기 위해 집세를 올리거나 월세 소득을 줄이기 위해 집주인이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는 등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도권의 월세 이율이 연 5%대까지 떨어진 걸 감안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경우 임대업을 아예 포기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당초 정부의 정책 목표와 전혀 다른 결과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임대 소득 과세 확대 카드를 꺼내기 전에 우선 임대시장 자체를 양성화할 수 있는 대책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임대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과세 확대 카드를 꺼낸 측면이 있다"라며 "임대사업자 등록제 등 자연스럽게 양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후 과세 기준을 마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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