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바닥에 난방공사만 했을 뿐 텅 빈 상태였다. 학생들이 사용할 책걸상, 사물함, 신발장 등 가구는 이달 10일에나 들어올 예정이라 학생들은 개학 후 1주일을 황량한 교실에서 지내야 한다. 바닥공사도 지난달 28일에야 겨우 마쳤다. 공사에 15일이 걸리는 가스 온수 보일러 대신 6일 이내에 설치 가능한 난방용 전기 필름을 깔았다. 겸용교실 두 곳의 바닥공사 비용으로 1,400만원이 들었다. 돌봄교실 강사는 "공사기간을 줄이려 전기 필름을 설치했지만 과열 우려가 있어 안전성이 떨어지고 수명도 짧아 3년 뒤 재공사가 필요해 예산만 낭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두 개의 돌봄교실(전용ㆍ겸용교실 각 1실)이 생긴 서울의 한 초교는 50여명의 신청자 중 돌봄이 꼭 필요한 학생 10여명만 우선 받기로 했다. 두 교실 모두 바닥공사만 거의 끝난 상태이기 때문. 1, 2주 정도 일반교실을 쓸까 고려도 했지만 무리라고 판단해 방침을 바꿨다. 학교 관계자는 "입학식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학부모들께 최대한 양해를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3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정상 서비스하겠다던 초등돌봄교실이 우려했던 대로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돌봄교실 참여 희망학생은 3만610명으로 지난해(1만5,701명)보다 두 배 늘었다. 시교육청이 수의계약을 편법 권유하기까지 했지만 크게 늘어난 돌봄교실 준비에는 애초부터 정부의 추진 일정이 무리였다.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관계자는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초교 558곳 중 절반 가까이가 3일부터 돌봄교실을 정상운영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예산 집행이 늦어져 일선 학교들이 돌봄교실 개보수 공사를 지난달 중순 이후에야 시작했고, 주문이 몰리면서 가구공급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 한 초교의 돌봄교실 담당 교사는 "물량이 모자라 3월 첫째 주 이후에야 책걸상 등이 배송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아무것도 없는 빈 교실에서 돌봄교실 운영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돌봄교실 운영에 이상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월 조사에서) 서울의 초교 중 99.7%가 3일 개학 전까지 모든 공사를 완료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비노조 관계자는 "송파구의 한 초교는 가구가 들어오기까지 1주 이상 남았는데도 2월 28일을 공사 완료 시점으로 답하는 등 상당수 학교가 실태와 다른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한 돌봄교실 강사는 "3일부터 정상 운영하라는 압박이 계속되니까 학교에서 거짓 보고를 한 것"이라며 "시교육청과 학교의 졸속행정으로 학생, 학부모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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