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의 직격탄을 입은 이와테, 미야기현의 해안가를 둘러보는 취재는 늘 편치 않았다. 더딘 복구작업과 실의에 빠진 주민들의 절망적인 모습이 겹치면서 상당 기간 후유증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26, 27일 이틀간 다시 둘러본 현장은 달랐다. 최소한 겉보기에는 쓰나미가 할퀴고 간 생채기가 아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와테현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구지마을은 3년전 처음 찾았을 때와는 달리 마을 전체가 활기에 넘쳤다. 지난 해 NHK에서 방영한 드라마 '아마짱'의 인기에 힘입어 관광객이 대지진 이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나는 등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때문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기타산리쿠 철도는 대지진 당시 1,000여개의 다리와 철로가 파손되면서 사실상 회복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복구가 이뤄지면서 운행이 재개됐고, 도호쿠 부흥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이런 내용은 고스란히 드라마 소재로 활용됐다.
철도의 복구로 국립공원 기타야마자키 해안 절경 등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이와테현의 지난 해 방문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기는 등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다로 구역은 대지진 당시 37.9m의 쓰나미가 들이닥치면서 철도역은 물론 주민 1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0m 높이의 방파제가 2.4㎞에 걸쳐 펼쳐지는 이 곳은 일본의 만리장성이라는 별명과 함께 쓰나미 대비의 모범사례로 손꼽힌 곳이었지만 거대한 파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다로 구역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이 곳에서 발생한 쓰레기로 넘쳐났다. 이 지역에서 100년간 발생하는 양이 한번의 쓰나미로 발생했다. 하지만 그 많던 쓰레기는 말끔하게 치워졌고, 현재는 도시정비계획에 따른 새로운 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쓰나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도 감지됐다. 미야기현 게센누마에는 정박중이던 길이 60m 330톤급 어선 제18교토쿠마루호가 쓰나미 당시 항구에서 1㎞가량 떨어진 육지에까지 떠내려왔다. 쓰나미의 흔적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줄을 잇자, 게센누마시는 당초 이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지역주민들은 쓰나미의 흔적을 보고 싶지 않다며 공원조성계획에 반대했고, 결국 지난 해 가을 선박은 완전히 해체됐다.
인근 가설상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배를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 덕분에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있지만, 쓰나미의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를 바라보는 재해지역 주민의 시선도 착잡하다. 국가적인 행사를 반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칫 올림픽에 밀려 재해지역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일본 도쿄의 부흥청을 방문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의 한 간부는 귀빈 응접실에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알리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3ㆍ11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을 위해 생긴 부흥청에서조차 도쿄올림픽의 유치 흥분에 잠겨 피해지역에 대한 배려를 잊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와테현 오쓰치시의 상가 주민은 "상가 건축을 위해 전기 업자로부터 견적을 받았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견적 가격이 2배로 뛰었다"며 "올림픽 특수 기대 심리로 업자들이 잇따라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재해지역 주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테ㆍ미야기=글ㆍ사진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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