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며 가족영화 시대를 열었다.
2일 수입배급사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이날 오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극장가 사상 열한번째 1,000만 고지 점령이며 외화로는 2010년 '아바타'(2009) 이후 두 번째다.
'겨울왕국'의 1,000만 클럽 가입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내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나 마니아가 즐기는 장르라는 인식이 강했다. 흥행에서 '기본'은 하지만 잭팟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다. 애니메이션 역대 국내 흥행 1위였던 '쿵푸팬더2'(2011)의 관객 수(506만2,722명)가 이런 경향을 보여준다.
'겨울왕국'의 흥행 요인으로는 가족 단위 관객이 첫째로 꼽힌다. 개봉 초기 어린 자녀들과 부모들이 즐겨 찾다가 50~60대로까지 관객층이 확대된 것으로 극장가는 분석한다. 한 극장 관계자는 "1,000만 영화는 1년에 한 차례 극장을 찾는 사람까지 사로잡아야 한다"며 "'겨울왕국'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애니메이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가족영화로 소비되면서 '겨울왕국'의 국내 매출은 미국을 제외하고 이 영화를 상영 중인 52개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 영화흥행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겨울왕국'은 해외 매출(6억27만5,000달러)의 11.99%(7,197만8,926달러)를 한국에서 기록했다. 제작비(1억5,000만달러)의 반 가까이를 한국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겨울왕국'의 노래를 담은 OST 음반은 이례적인 히트를 하며 영화 흥행을 도왔다. 음반 배급사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에 따르면 '겨울왕국'의 음반 판매량은 6만6,000장 가량이다.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최근 팝 음반 시장은 5,000장이 팔리면 흥행 성공, 1만장이 판매되면 대박으로 여긴다. 지난해 음반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영화 '레미제라블'의 OST음반 판매량은 5만장 남짓이었다.
'겨울왕국'의 흥행 성공으로 가족영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대 후반부터 극장가는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영화가 시장을 재편해 왔다. 가족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영화진흥위원회는 국내 가족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지원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최근 극장가의 폭발적인 관객 증가세가 만들어낸 흥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000만 관객이 더 이상 꿈의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계의 관계자는 "지난 1년 사이 1,000만 영화가 세 편('7번방의 선물' '변호인' '겨울왕국') 나왔고 1,000만에 육박한 영화도 두 편('설국열차' '관상')이나 됐다"며 "영화 관람이 국민 유흥거리가 된 시대 1,000만 관객은 일상적인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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