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간에 '아이싱(icing)'을 많이 해야 하겠네요." 지난달 5일 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와 흥국생명과의 경기가 열렸다. 3세트에서 GS칼텍스의 베띠 선수가 스파이크한 공을 흥국생명 측이 수비하다가 정시영 선수가 바실레바 선수와 부딪히는 바람에 목과 왼쪽 어깨를 다쳐 코트에 쓰려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는지 곧 일어나서 시합을 계속하였다. 이어 교체된 후 벤치에서 정 선수의 뒷목에 얼음 주머니를 대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힐 때마다 아나운서가 아이싱을 언급하였다.
'아이싱'이란 80년대 후반 프로야구에서 도입한 이래 다른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신체관리법이다. 원래 용어는 얼음찜질인 'ice-up'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싱'이라고 하는데, 냉찜질 혹은 얼음찜질과 같은 의미이다. 프로야구 초기에는 경기가 끝난 후 더운 목욕으로 몸을 풀었지만, 아이싱이 투수들의 어깨와 팔꿈치 근육의 피로회복과 근섬유 손상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 효과적이라 하여 보편화하엿다. 아이싱을 하면 근육이 경직되고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운동 종료 후 하여야 하고, 다시 운동하는 경우에는 아이싱 후 6시간이 지나서 하는 것이 좋다.
냉찜질은 부상에 대한 응급처치로 타박상, 염좌, 근육 좌상, 출혈 등의 경우에도 시행한다. 냉찜질 효과는 통증 경감, 염증 억제, 발열 억제, 부종 감소, 출혈 방지, 근육 피로 회복이다. 투수들의 어깨에 대한 냉찜질도 무리가 간 근육에 부기를 빼주고 통증 완화를 위한 일시적인 조치이지 손상된 근육을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치료는 아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나 우리 프로야구에서도 아이싱을 하지 않는 투수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즌 중간에는 아이싱보다는 스트레칭 등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상생활 중에도 운동이나 사고로 인하여 통증이나 부기가 생겼을 때 찜질을 한다. 그런데 프로야구 투수들처럼 모두 아이싱을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냉찜질 혹은 온찜질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근육이나 조직의 급성손상으로 인한 부기, 염증, 통증이 있을 때는 냉찜질이 도움되고, 근육이나 관절이 굳어 있거나 만성통증이 있을 때는 온찜질이 도움된다. 혈관을 수축시키고 열을 낮추는 냉찜질과는 달리, 온찜질은 혈관과 림프관들을 확장해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고 땀을 증가시켜 손상 부위에 축적된 노폐물을 배설시킨다.
냉찜질처럼 온찜질도 감각신경의 감수성을 낮추어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고, 산소와 영양공급을 늘려 세포의 재생을 돕는다. 그러나 손상을 받은 후 바로 온찜질을 하면, 손상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부기와 출혈을 더 심하게 하여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하여 염증과 부기를 감소시키고 24~48시간 정도 지난 후에는 온찜질을 하는 것이 파괴된 조직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삐거나 멍이 들었을 때와 같은 급성통증에는 우선 냉찜질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염증 반응이 감소하여 통증이 경감된다. 같은 통증이라도 근육이 긴장하고 경직되어 발생하는 만성 통증에는 온찜질이 도움 된다. 온찜질은 하루 2차례, 한번에 20분 정도로 전기 패드보다는 40도 정도의 뜨거운 물수건이나 물주머니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립선질환이나 배뇨장애, 만성 골반통의 경우에는 따뜻한 온수 좌욕으로 골반 전체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관절이나 근육을 심하게 다쳐 열이 나고 붓기 시작할 때는 바로 냉찜질을 시작해서 1~2일 계속한다. 냉찜질은 한번에 5~15분씩 수시로 하는데, 수건에 얼음을 싸서 대거나 16도 이하의 물을 수건에 적셔서 다친 부위에 갖다 대면 된다.
냉찜질이든 온찜질이든 잘못하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하여야 한다. 정시영 선수의 경우처럼 경기 중 아이싱을 하여 통증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계속 경기를 할 경우 근육을 경직시켜 오히려 경기력 저하와 근육 손상의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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