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축출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군사개입 의도를 노골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1일 푸틴 대통령이 요구한 우크라이나 내 군사력 사용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친 유럽화하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첫 공식 대응이자 사실상의 침공 위협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이미 6,000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크림 자치공화국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하는 등 긴장수위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앞서 이 지역 정부청사와 의회 건물, 국제공항 등 주요 시설을 친 러시아계 무장세력이 점거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전략적 이해 때문이다. 크림반도는 러시아 해양 진출의 교두보인 흑해 함대가 주둔한 군사 요충인 데다 경제적으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가스관과 송유관이 지나는 핵심 국익 고려 지역이다. 크림 자치공화국에 러시아계 주민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도 러시아가 군사개입 명분으로 내세울 만하다.
그러나 어느 것도 엄연한 주권국인 우크라이나 침공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크림 자치공화국은 지난달 말 자치권 확대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제안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위헌이라고 이에 반대하지만, 인종ㆍ종교 간 이질감이 극심해 통합이 어려운 우크라이나에서 자치권 확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군사개입 위협으로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주민들의 자유로운 정부 선택과 민주적 절차를 훼손할 뿐이다.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 나토 등은 잇따라 긴급회의를 갖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는 2008년 서방의 무기력한 대응에 편승해 이번처럼 친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루지야를 침공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그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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