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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과 양안의 역전

입력
2014.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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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다. 최근 양안(兩岸) 관계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의 푸젠(福建)성 샤먼(廈門)과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를 찾았을 때 든 느낌이다. 샤먼에서 동쪽으로 불과 2.3㎞ 떨어진 진먼다오는 배를 타면 단 30분 거리였다. 중국인과 대만인은 양안의 부두를 마치 이미 한 나라가 된 것처럼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사실 진먼다오는 대만 본도와 거리가 270㎞에 달해 대만보단 중국에 훨씬 가까운 곳이다. 이 때문에 양안 관계가 험악했을 때는 중국의 포탄이 가장 먼저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은 이 섬을 점령하기 위해 1949년10월 9,000여명의 병력으로 상륙작전까지 벌였지만 실패했다. 이후에도 1970년대초까지 무려 총 100여만발의 포탄을 퍼 부었다.

진먼다오를 연평도와 비교하는 것도 이런 역사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양안 협력의 최일선 창구로 자리잡으면서 평화의 섬, 양안 교류의 상징이 됐다.

시선을 한반도로 돌리면 여전히 남북 관계는 경색된 채 교착상태이다. 진도는 양안보다 남북이 더 빨랐다. 양안이 분단 65년만에 처음으로 최근 겨우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 데 비해 남북은 이미 2000년부터 장관급 회담을 열었다. 양안 정상회담도 이제 겨우 그 가능성이 점쳐지는 단계인데 반해 남북 정상회담은 이미 두 차례나 성사됐다. 10여년전에는 양안이 남북을 부러워했다.

남북과 양안의 운명이 뒤바뀐 것을 '경제적 연계'가 있냐 없냐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양안은 실질적인 경제 관계로 서로 엮어 있다 보니 정치적인 변화에도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데 비해 남북은 이러한 연결이 취약했다는 설명이다. 개성공단은 양안 경제관계에 비하면 비중이나 규모에서 보면 너무 작아 정치적 풍파를 이겨내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남북은 이제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경제강국 건설을 선언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설파했다. 사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양안이 지금의 화해 협력으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선언이었다. 전 세계가 중국을 의심하고 외면하던 때 대만을 비롯한 화교계 자본과 기술이 가장 먼저 대륙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이 양안의 분위기도 바꿨다는 게 정설이다. 북한이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하는 지금 남한이 이에 적극 협력, 궁극적으로 민족 전체의 대박을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교류부터 확대하는 것이 첫 단추다. 오도가도 못하면서 경제적 연계를 구축할 순 없다. 말로는 '대박'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 조치는 뒤따르지 않은 채, 손과 발을 계속 묶어 두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이는 북중간 교류와 협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절실하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의 수는 훨씬 많다. 북중 무역액이 급증하며, 지난해 남북 교역액은 북중 무역액의 6분의1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다.

교류와 협력이 잦으면 자연스레 통합되기 마련이다.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무역 적자도 감수해가면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똑같은 전략을 북한에 적용하지 말란 법도 없다. 가장 우려해야 하는 것은 남북 통일이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북한이 중국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남북 고위급이 만나고 이산가족상봉도 이뤄졌다. 이제 풀 것은 풀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통일의 관건은 결국 북한의 민심을 얻는 것이다. 교류도 없는데 마음을 얻을 순 없는 일이다. 멈춰진 통일의 수레 바퀴를 다시 앞으로 돌려야 할 때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대응하려면 남북이 둘로 나뉜 채 충돌해선 답이 없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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