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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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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입력
2014.03.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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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란하고 무절제한 생활로 청춘 소비한 구제불능 사내에 갑자기 불어닥친 시한부 선고남은 날에 대한 처절 몸부림 속 몰랐던 삶의 가치를 깨달아올해 골든글로브 수상한 맥커너히·레토의 열연 눈길

영락 없는 마초다. '꼴통' 기질도 다분하다. 두터운 카이저 수염이 완고한 수컷 냄새를 풍기고 눌러쓴 카우보이 모자가 견고한 보수성을 드러낸다. 욕이 버무려진 말투에선 불량기가 물씬하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술병을 꽂고 짬만 나면 홀짝이는 습관에선 무절제한 생활이 엿보인다. 성생활도 문란하다. 장소와 상대와 수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중심 인물은 젊은 나이에 몹쓸 병에 걸린다 해도 무방할 삶을 소비해온 탕아 중의 탕아다. 호감 가질만한 구석은 눈곱만치도 없던 이 사내는 죽음의 벼랑 끝에 선 뒤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때는 1985년. 로데오를 즐기며 술과 여자로 내일 없는 인생을 살아온 '텍사스 싸나이' 론(매튜 맥커너히)이 어느 날 전기 사고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벼락 같은 통보를 받는다.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로 에이즈에 걸려 30일 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론은 남은 삶이 고작 30일이라는 선고보다 에이즈에 걸렸다는 판정에 더 분개한다. 에이즈를 "(록 허드슨 같은) 호모들이나 걸리는 병"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론은 곧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구제불능 사내의 성장기다. 론은 제도권이 에이즈 환자를 위해 개발 중인 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해당 약의 유해성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는 멕시코에서 대안적인 약물 요법을 알아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한편 돈벌이에도 활용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라는 회원제 회사를 만들어 에이즈 환자들에게 대안 약물을 공급하던 그에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불법 딱지를 붙인다. 약품 압수와 과세가 이어지고 론은 자신과 환자들을 위해 싸움에 나선다. 론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제도와 관습이 구축한 편견의 벽이 동성애에 대해 자신이 가졌던 인식처럼 높고도 두껍다는 것을 깨닫는다. 요컨대 기성사회에 대한 론의 저항은 그의 정신적 성장과 다름 없다.

맥커너히와 자레드 레토의 연기가 돋보인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밀며 영화를 종점까지 견인한다. 2000년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곧잘 꼽히던 맥커너히는 깡마른 얼굴과 퀭한 눈으로 HIV 환자의 실체를 스크린에 새긴다. 기아에 시달린 듯 여윈 허벅지와 갈비뼈가 드러난 복부 등이 20㎏ 이상 감량한 맥커너히의 노력을 현시한다.

레토는 론이 말 붙이는 것조차 싫어했던 동성애자에서 론의 동업자가 되는 레이언을 연기했다(레이언과의 우정은 론의 성장을 상징한다). 레토는 가는 목소리와 살랑거리는 걸음걸이로 유쾌한 트랜스젠더의 모습을 구현하다가도 미간 사이 반달 모양으로 물결치는 주름으로 병에 걸린 동성애자의 고뇌를 적시한다. 맥커너히와 레토는 이 영화로 올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았다. 두 사람은 3일 오전(한국시간) 열리는 제8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이 이날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힌다 해도 고개를 저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론 우드로프의 실제 삶을 옮겼다. 그는 에이즈로 30일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7년을 살다 갔다. '영 빅토리아'(2009) 등을 만든 캐나다 출신 장 마크 발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드라마틱한 소재에 비해 화법은 좀 평이하다. 방탕하기 이를 데 없던 한 남자의 극적인 개과천선(게다가 실화이니까)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은 쉬 움직일 듯하다. 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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