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61세 여성 박모씨와 그의 3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정말 죄송하다"며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세 모녀는 죽음에 내몰릴 때까지 한 번도 사회안전망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본다는 한국사회가 언제까지 이리도 허술하게 사회적 약자를 방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씨는 1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8만원의 반지하방에 살면서 홀로 식당에서 일해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두 딸은 신용불량자여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렸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월세가 50만원으로 오르고, 공과금도 매달 20여만원이나 나와 부담이 컸던 박씨는 한달 전 오른팔을 다쳐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면서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들이 저소득층의 최소 생계를 떠받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층을 위한 의료급여 대상에 들어가지 못한 점이다. 가장인 박씨가 지자체에 수급신청을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사회안전망과 행정의 배려가 조금만 더 촘촘했더라면 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제도가 불충분한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갖춰져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비극이 빚어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국사회는 지금 양극화로 인한 저소득층 증가, 급격한 노령화에 따른 독거노인 및 빈곤층의 급증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이 단적인 예이다. 소외 계층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북돋워줄 국가차원의 종합ㆍ체계적 대책이 절실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미흡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약속했다. 정부는 우선 지자체와 함께 저소득층 실태조사에 나서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방법부터 고민해 주길 바란다. 세 모녀의 고통과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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