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했을 때 고개를 젓는 영화인이 적지 않았다. 한 시대를 뜨겁게 살다간 인물의 결정적인 순간은 충분히 매력적이나 과연 영화에서도 흡입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다. 무엇보다 정치적 외풍을 타면 개봉과 상영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돈벌이에 치중하던 속물 변호사에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게 된 사연을 그려낸 '변호인'은 이런 의문과 우려를 떨치고 1,000만 영화가 됐다.
최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개시한 '변호인'은 정치적 화제를 뛰어넘는 상업적 완성도를 지닌 영화다. 고졸 출신이라는 편견 속에서 변호사로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던 사내 송우석(송강호)이 사회의 현실을 깨달으며 정신적 성장을 이룩해 가는 과정이 유머와 눈물로 전해진다.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최근 흥행의 필수 요소인 복고를 제대로 활용한 점도 영리하다. 우석의 서민적인 풍모가 웃음을 만들어내고 엄혹했던 시대의 무거운 공기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송강호의 연기가 영화의 백미다. 우석이 법정에서 고문 경찰과 검사와 맞서 열정적인 변론을 펼치는 장면 등에서 그의 연기가 빛난다. 송강호는 이 영화로 2013년 출연작 세 편('설국열차'와 '관상') 모두 1,000만 내외의 관객을 모으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양우석 감독의 데뷔작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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