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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 없어진 명화, 암시장에 가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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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 없어진 명화, 암시장에 가면 다 있다

입력
2014.02.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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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전문 수사관부터 전직 도둑 인터뷰 등8년에 걸친 취재 재구성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술품 범죄의 세계 들춰내

2004년 8월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에드바르 뭉크 미술관에 무장 강도 두 명이 침입했다. 미술관이 개장한 상태에서 쳐들어온 강도는 관람객과 미술관 직원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벽에 걸린 그림 두 점을 떼어내 액자를 부수고 내용물을 챙겨 도주했다. 사라진 그림은 뭉크의 '마돈나'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절규'였다. 1994년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서 다른 버전의 '절규'가 도난 당한 지 10년만의 일이다.

"미술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패하고 지저분한 산업 중 하나예요."

캐나다의 미술품 전문 변호사 보니 체글레디의 말은 그리 놀랍지 않다. 권력자들의 부정 축재와 돈세탁에 미술품이 이용되는 것은 TV 뉴스를 통해 이미 익숙해진 장면이다. 그러나 미술품을 둘러싼 암거래와 절도 행각이 얼마나 대규모로, 그것도 소위 '합법적인' 통로로 이뤄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인터폴과 유네스코에 따르면 도난 미술품 거래 산업은 마약, 돈세탁, 무기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암거래 시장이다.

캐나다의 언론인이자 출판 편집인인 조슈아 넬먼의 는 세계 미술품 도난 현황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년에 걸친 취재를 바탕으로 쓴 100% 실화로, 영화보다 스펙터클하고 소설보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003년 작은 잡지사에서 일하던 넬먼은 한 갤러리의 도난 사건을 조사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거대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자석처럼 그를 끌어 당긴 것은 실제 범인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던 넬먼에게 범인은 한밤중에 전화해 "당신을 만나겠다"고 말한다. 한낮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훔친 작품 이야기는 제쳐두고 엉뚱한 말을 꺼낸다.

"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씀 드리지요. 야바위 게임같이 생각하면 돼요. 예술 작품들이 골동품상과 미술품 거래상 사이를 돌고 도는 것이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예요."

수수께끼 같은 범인의 말은 넬먼이 미술품 도난의 세계로 들어가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그는 전직 미술품 도둑, 런던 경찰국의 미술품 특수반 형사, 미술품 도난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보안팀장을 만나 그들이 겪은 생생한 경험담들을 수집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이는 한때 미술품 도둑이었다가 지금은 손을 씻은 폴이다. 미술관에서 유명한 그림을 훔친 적이 있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폴은 "내가 그런 천하의 바보 천치로 보입니까?"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과욕을 부려서 유명 작품들을 훔치는 도둑들은 대개 멍청이에요.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냥 돈이 될 만하니까 가져가는 식이죠…그림을 훔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유통은 다른 이야기예요. 좋은 도둑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해요.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죠. 그것이 이 세계의 황금률이에요."

책을 읽는 이들은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거리낌없이 장물을 사들이는 행태에 놀랐다가 곧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국제조약과 전문기관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책이 나오자마자 도난 사건으로 시달리던 갤러리와 예술가들은 환호를 보냈다. '거리의 예술가'라 불리는 영국의 뱅크시는 저자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책이 출간되면 알려 주세요. 내가 서점에 가서 한 부 슬쩍해 올 수 있도록."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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