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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보다 조국의 무관심이 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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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보다 조국의 무관심이 더 고통"

입력
2014.02.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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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원폭 피해자들이 조국의 무관심 속에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그날'을 담담하게 증언하던 박영표(78)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 회장은 "원폭이 투하된 지 70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피해자 실태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며 "80~90세인 원폭 피해 1세대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지원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사고 직후에는 방사능에 오염된다며 전염병 환자 취급 당했고, 세월이 흐른 뒤에는 그저 역사의 희생양으로 방치된 노구의 힘겨운 외침이었다.

3ㆍ1절 95주년을 이틀 앞둔 27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증언대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정록 이재영(이상 새누리당) 이학영(민주당) 김제남(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증언대회에는 60여명의 원폭 피해자, 가족 등이 참석해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2012년 발의됐던 '원폭 피해자 및 자녀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원폭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원폭의 그날보다 이후의 삶이 훨씬 처참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원폭 후유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 각종 암과 질병에 고통 받는 형제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박영표 회장은 "여섯 형제 중 둘을 식도암과 대장암으로 잃었다. 나 역시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이고, 여동생은 하반신 마비로 합천 복지관에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심진태(72)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일본에게 원폭 피해자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는 정부에 분통이 터진다"며 "우리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못지 않게 아픈 역사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들은 원폭 피해자들의 자녀세대를 위한 지원도 촉구했다. 원폭 후유증으로 희귀난치병인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에 걸린 아들을 2005년 잃은 김봉대(78) 한국원폭2세환우회 고문은 "정부는 원폭 2, 3세 질병의 유전성을 따지는 불필요한 논쟁을 당장 멈추고 '선(先)지원 후(後)규명'으로 생명권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당시 현지에 거주하던 동포 7만여명 가운데 4만여명이 사망했고, 3만여명이 살아남았다. 일본을 떠나 조국으로 돌아온 2만3,000여명은 대부분 사망했다. 현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피해자 1세대는 2,600여명에 불과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정부로부터 매년 2,000만~3,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받는 것과 달리, 원폭 피해자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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