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은 본인만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어린이의 경우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27일 인터넷중독 상담 및 치료 전문시설로는 전국 최대규모로 개관한 경기도인터넷중독대응센터(이하 대응센터). 한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20대 아들을 뒤따라 대응센터 문을 나서고 있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 게임에만 빠져 있는 아들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함께 상담을 받은 후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아들의 상태와 그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설움이 한꺼번에 복받쳤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대응센터에는 해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상담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1,850건의 상담을 했지만 이것은 보고서까지 작성한 것이고 실제 상담건수는 더욱 많다는 것이 대응센터의 설명이다. 만 5세 어린이부터 40대 성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조정아 소장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65만명의 인터넷 중독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실제 상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응센터는 그 동안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건물 내에 상담실 한 곳만을 갖춘 채 더부살이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원도 한정돼 있고 상담자들에 대한 사생활 보호마저 어려웠다. 장소 문제로 상담이 치료로 직접 이어지기 힘들어 상담자들을 사설 기관 등으로 보내야만 했다.
이에 대응센터는 용인 마북동에 건축연면적 962.47㎡에 지상2층, 지하1층 규모의 건물을 갖추고 지난 26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건물 지상 1층에는 개인 상담실과 가족대기실, 인터넷 중독 전문 치료실인 모래놀이시설 등을 만들었고 2층에는 음악신체치료실과 미술요리치료실 등을 갖췄다. '고위험성 사용자군'으로 분류된 청소년 등은 별도로 10주간 승마를 통한 치료도 진행하고 있다.
대응센터는 상담과 치료뿐만 아니라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알리는 예방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 또 인터넷 중독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와 교사도 양성하고 있다.
조 소장을 비롯한 대응센터 직원들은 2년 넘게 상담을 하다 보니 인터넷 중독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두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 중독에 빠진 20대 아들을 지켜보다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마저 함께 인터넷에 중독되는가 하면 스마트폰에 중독된 한 40대 가장은 부인과 이혼 직전까지 가게 되자 대응센터를 찾았다.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ㆍ아동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접하는 첫 시기를 가능하면 최대한 늦추고 평소 가족들간의 대화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응센터는 밝혔다. 조정아 소장은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대부분의 경우가 가족이나 친구와의 단절로 인해 시작된다"면서 "아이들에게 게임이 아닌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곳을 찾아주고 가족들이 함께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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