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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폭행에 시달려도 '안 된다'는 말 못하는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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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폭행에 시달려도 '안 된다'는 말 못하는 사회복지사

입력
2014.02.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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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2년차 사회복지사 A(27)씨는 최근 현장조사를 나갈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2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나갔다가 아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후부터다. 현장에는 A씨 말고도 또 한 명의 여성 상담원이 있었지만 "내 집에 왜 허락도 없이 왔냐" "나가라"며 욕설과 함께 물건을 집어 던지고 목에 걸고 있던 상담원 신분증을 잡아당기며 행패를 부리는 아이 아버지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A씨는 "업무 특성상 전화로든 면전에서든 가해자에게 욕 먹는 건 일상"이라며 "일의 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민원인의 폭언 폭행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사회복지사 인권실태, 사회복지계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를 열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지사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의 과중한 업무, 열악한 임금 같은 처우 개선만큼이나 폭언 폭행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로서의 사회복지사에 대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3년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원인으로부터 폭언을 경험한 사회복지사는 28.9%, 신체적 폭행을 경험한 사회복지사는 8.7%에 달한다. 또 6.4%는 민원인으로부터 성희롱·성추행까지 경험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사회복지사의 81.4%가 '개인적으로 참고 넘겼다' '주변 동료와 푸념하거나 하소연 하고 넘겼다'고 답하는 등 사회복지사들이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원인으로부터의 인권 침해는 사회복지사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사회복지사가 고용주에게 민원인으로부터의 폭력, 불안, 스트레스 등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한 호주, 사회복지사가 폭력대응팀을 구성하고 자기방어 트레이닝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위험 민원인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상담사에게 1회라도 성희롱하는 전화를 걸면 바로 고소나 고발조치를 하는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와 같은 방안을 사회복지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애 상지대·동덕여대 교양학부 강사는 "한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에도 '안 된다'는 대답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더라"며 "사회복지사를 '요구를 들어주는 사람' '착한 사람'이 아니라 한 명의 노동자로 재규정하고 이에 걸맞도록 노동인권이나 노동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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