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간 강릉 아이스하키 링크는 올림픽 기간에만 사용한 뒤 수백억 원을 또 들여 원주로 옮긴다. 환경훼손 논란이 불거진 정선 가리왕산 중봉 활강 경기장은 스키 리조트로 리모델링 한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2018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사후활용 방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6,939억 원을 들여 강릉과 평창에 8개 경기장을 짓는다고 27일 밝혔다. 강릉에는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쇼트트랙, 컬링 경기장이, 평창에는 썰매와 스키 등 설상(雪上) 종목 경기장이 들어선다. 올림픽 조직위는 "소치의 20% 가량의 비용으로 올림픽을 치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장을 짓기도 전에 혈세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남자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하키I 링크의 경우 17일 동안 올림픽을 치른 뒤 해체돼 원주로 이전한다. 1,079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 이 경기장을 철거하고 이전하는데 600억 원 가량이 또 필요하다. 재정자립도가 21.8% 수준인 강원도 입장에선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예산 지원도 불투명해 강원도와 조직위는 이전비용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보름 남짓한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1,000억 원을 쏟아 붓는 것도 모자라 멀쩡한 경기장을 뜯어내는데 또 수백 억 원을 쓰는 게 말이 되냐'는 비난이 거센 이유다.
경기장의 사후활용 방안도 현실과 다소 거리감이 있다.
강원도는 한국관광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용역보고서를 통해 가리왕산 산림유전자보호림에 건설되는 정선 중봉 활강경기장 하단부를 스키 리조트로 리모델링 할 뜻을 밝혀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더구나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스키시장이 하향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중봉에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리조트를 짓고 곤돌라를 설치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는 올림픽이 끝난 뒤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장에 워터파크나 실내 엔터테인먼트 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원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유성철(40) 사무국장은 "강원도와 올림픽 조직위가 경기장 사후활용에 대한 고민 없이 짓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곤란하다"며 "현재 상태로는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해 결국 올림픽 때문에 시급한 민생현안이 뒤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경기장 사후활용 용역 보고서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며 "비용절감을 위한 방안을 설계에 꼭 반영 하겠다"고 해명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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