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과로로 쓰러져 눈 주위가 찢어지고 턱뼈가 부러졌어요. 성공한 백인 여성이라 칭송 받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다시 생각했고 그 기회에 성공이란 단어를 재정의하는 글을 쓰기로 했어요. 그 사건은 제게 잠을 깨운 경종이었죠."
미국의 인터넷 언론 허핑턴포스트를 2005년 창간한 아리아나 허핑턴(63)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 회장이 성공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 27일 한국어판(김영사)이 나온 저서 을 통해서다. 허핑턴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돈과 명성으로 상징되는 성공이 아닌 제3의 기준을 찾게 됐다"며 집필 배경을 밝혔다.
창립 5년여 만인 2011년 3억 달러를 주고 AOL이 매입할 정도로 세계적인 미디어로 급성장한 허핑턴포스트의 허핑턴 회장은 보편적인 시각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세속적인 성공의 기준이 사람을 죽이고 행복을 깬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3월 말)보다 한국어판이 빨리 발간된 데에 특별한 이유와 상징이 있을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와 과로로 힘들어하는 한국인이야말로 성공이 진정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슴에 귀 기울이고 내게 맞는 성공, 나만의 성공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허핑턴은 책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 지혜를 활용하는 능력, 삶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여유, 조건 없이 베푸는 마음 등 네 가지를 통해 성공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것들이야말로 돈과 권력을 대신할 성공의 '제3의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똑똑한 인물이 끔찍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에게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많은 직장인이 성공을 위해 수면 부족과 과로를 견뎌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오히려 성공에서 멀어질 뿐입니다. 빌 클린턴도 대통령 시절 최악의 결정이 피곤할 때 내려졌다고 했어요. 지혜와 건강이 있어야 성공과 가까워집니다."
허핑턴은 한국인이 정신 문화를 강조하기 때문에 이러한 성공의 기준을 쉽게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은 기술에 중독돼 자신의 내면과 쉽게 연결되지 못합니다. 소셜미디어를 뚫어져라 본다고 창의력이 커지는 게 아니죠. 내면을 바라보고 삶의 경이로움을 느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인은 운이 좋아요. 자기성찰이 무엇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잖아요. 서양인에게 이런 점들을 이해시키긴 쉽지 않아요."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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