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줄곧 하락 추세다. 지난 1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02%포인트 하락한 2.86%. 사상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반면 고정금리인 적격대출 금리는 상승세다. 정부가 아무리 고정금리대출을 장려한다고 해도, 고객들은 변동금리대출에 몰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대출이 변동금리대출보다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에서 미래 대비를 위해서 고정금리대출을 받으라는 권유가 제대로 먹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7일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은 고정금리 및 장기대출을 늘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15.9%인 고정금리 대출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역시 18.7%에서 40%로 높인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 세제 혜택 등의 당근 등을 던져 놓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고정금리가 다소 높아 부담이 느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0.6% 가량되는 금리 차이는 금리변동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방향성에는 충분히 공감을 하지만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 즉 시장 원리를 거슬러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은행들 사이에서는 "수요가 없는데 실적을 내놓으라면 편법을 쓰라는 말밖에 안 된다"는 불만들이 쏟아진다. 실제로 2012년 59.3%까지 낮아졌던 은행 가계부채 신규취급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지난해 4분기 85.7%로 상승했다. 정부는 미래를 대비한 '보험료'를 강조하지만, 고객들은 당장의 이익을 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이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여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계층이 금리가 은행에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작년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중에서 비은행 대출 규모(481조9,000억원)가 50%를 넘어서며 예금은행 대출(481조1,000억원)을 앞지르며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황. 실제로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시행된 이후 비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 질이 오히려 나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따라 가계부채가 완만하게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만큼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는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특히 이번 조치를 통해 고정금리 대출의 실질금리가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의 고정금리 대출 선호가 차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출원금 2억원에, 금리 5%를 가정할 경우 약 0.4%포인트 수준의 실질금리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출자들이 장래 위험을 예상하고 고정금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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