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일에는 엄청난 기적이 일어난다. 아침에 아프다며 직장에 병가를 낸 수만 명이 오후 야구경기장에서 일제히 병이 씻은 듯 낫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이런 이야기를 전하며 4월 1일로 다가온 메이저리그 개막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개막일이 단순한 시즌 시작이 아닌 재탄생의 상징이자 미국 전통이라고 밝힌 백악관 청원운동에는 1만4,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맥주 버드와이저를 판매하는 안호이저-부시인베드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유격수 오지 스미스를 내세워 공휴일 지정 홍보까지 한다.
이 신문은 메이저리그 개막일은 사람들에게 종교적 휴일일 것이라고 했다. 한 일간지 편집장은 "개막일은 연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사람들이 직장을, 학생들은 학교를 팽개치고 눈도 깜박이지 않고 야구를 본다"고 말했다.
연방정부까지 문을 닫는 미국 공휴일은 평년에는 10일, 4년에 한번 대통령 취임식 날을 포함해 11일이다. 메이저리그 개막일이 공휴일이 되면 12번째가 된다. 그러나 공휴일 지정은 의회 가결과 대통령 서명이 필요해 매우 까다롭다. 연방정부 폐쇄시 2010년 기준으로 하루 7,100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해 공휴일을 늘리는데 반감도 크다. 대통령 선거일, 말콤 X의 날, 여성 참정권을 이끈 수전 앤서니의 날도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날은 첫 발의 이후 15년이 지나 휴일로 지정됐다.
의회가 기존 기념 공휴일 하나를 빼고 메이저리그 개막일을 대신 넣는다면 그 피해자는 인기가 떨어진 탐험가 콜럼버스의 날이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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