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앓고 지나가는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린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말하고 다녔는데, 그 얘길 감기의 신이 들으신 모양이다. 아니, 감기의 신은 몸이 하나라서 바쁘니까, 정무비서관격인 참모가 듣고 감기의 신에게 보고한 모양이다.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전능한 신이시여, 저기, 김도언이라는 자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다고, 자기가 감기보다 독해서 그런가 보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한 번 손을 봐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감기의 신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을 것이다. 저 자는 평소 알러지성 비염이 있으니 코감기를 내려주거라. 실제로 어제부터 독한 코감기가 비염과 겹치면서 와서 너무나 고통스럽다. 코로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코로 숨을 쉴 수 없으니 머리도 맑지 못하고 늘 무겁기만 하다. 결국 그토록 가기 싫어하는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왔다. 코감기가 오면서부터 원하지 않던 낭랑한 목소리마저 갖게 되었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 어쨌거나 아프거나 병에 걸리면 사람들은 문득 신의 존재를 느끼는 모양이다. 그 이유는 뭘까. 어떤 절대자가 있어 나를 점지해서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시련이나 고통이 왔을 때, 그것을 이성적으로 파악해서 내게 잘못이나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단지 '신의 장난'이나 '시험' 정도로 치부하는 게 훨씬 심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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