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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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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책임 없나

입력
2014.02.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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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양 104일 만인 지난 3일 두개골이 깨지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3년 9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현수. 현지 수사기관은 양아버지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핸(36)씨를 1급 살인 및 아동학대에 의한 살인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본보 20일자 1면 보도).

먼 이국 땅에서 일어난 이 참사에 대해 한국사회는, 우리 정부는 책임이 없을까. 친부모에게서 버려진 이 아이를 낯선 나라에 보낸 뒤 모국이 한 일이라곤 두 차례 현지 입양기관을 통해 아이가 새 가정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한 게 전부였다.

현수는 2010년 5월 17일 체중 2.1㎏인 미숙아로 태어났다. 친부모는 혼인 관계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는 양부모를 만나기까지 3년여 간 보육원에서 지냈다. 뇌수종으로 발달지체를 보이는 아이를 국내에서는 선뜻 입양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현수에게 손을 내민 것은 오캘러핸씨 부부였다. 이라크전 등 참전용사이자 미 국가안보국(NSA) 한국담당자인 오캘러핸씨는 2012년 8월 23일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현수와 처음 만났다. 부부는 입양 수수료로 미국 입양기관 가톨릭 채리티스(Catholic Charitiesㆍ이하 채리티스)에 3만6,250달러(한화 3,800여만원)를 냈다.

지난해 6월 입양 허가 신청을 접수한 서울가정법원은 채리티스가 제출한 가정조사 서류 심사와 오캘러핸씨 부부 면접 등을 거쳐 두 달 뒤 입양을 허가했다. 현수는 지난해 10월 이들 부부와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들의 생활은 단란했다고 지난해 11, 12월 두 차례 오캘러핸씨 집을 방문한 채리티스는 결론 내렸다.

입양기관의 개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입양 후 2개월간 2회 가정을 방문해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홀트와 채리티스 간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국내 입양특례법은 입양기관이 1년간 입양 가정을 관찰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해외 입양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에 보낸 입양아가 살해된 사건이 종종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2007년에 1명, 이듬해에는 4명의 한국 입양아들이 미국에서 양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측에 재발 방지대책조차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 2개월의 가정 관찰이 국내기준에 비춰 입양의 성패를 판단하는 데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중국 정부가 2011년부터 미국에 보낸 자국 입양아에 대한 관찰 기간을 1년에서 4년으로 늘린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18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캘러핸씨는 부인이 취업한 지난달 초부터 육아휴직을 하고 현수와 친아들(6) 육아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현수는 사망했다. 부검 결과 현수는 두개골 앞뒤가 골절됐고 이로 인한 출혈이 코와 척수까지 뻗쳐 있었다. 온 몸에 상처가 난 채 음낭에도 심한 타격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국내 국적법 규정상 현수는 숨질 때까지 한국 국적을 함께 보유한, 우리 정부의 보호 대상이었다. 그러나 살인혐의자 오캘러핸씨는 숨진 현수의 장기를 기증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헤이그 국제아동협약 정식 가입이 국회에서 비준되면 양부모측 정부에 보다 철저한 입양 사후관리를 요구할 수 있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2015년 안에 비준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한국의 입양아 수는 1,880명이었고, 이 중 592명(전체 해외입양아 755명)이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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