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지방세법을 두고 세금을 더 걷는 '꼼수'라는 기업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인하한 만큼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지방자치단체 세수를 메워준다는 것인데, 사실상 증세를 하면서도 부담이 가중되는 기업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6일 재계와 세무 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가 공동 발표한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한 기능 및 재원 조정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적용되는 개정 지방세법은 기업들에게 사실상 9,000억원의 세금 부담을 늘렸다.
개정 전에는 과세표준에 법인세율을 곱해 나온 산출세액에서 세액 공제ㆍ감면분을 뺀 금액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부과했다. 그러나 개정 후에는 과세표준에 주민세율을 곱한 금액에 세액 공제ㆍ감면분을 뺀 것이 지방소득세로 부과된다.
기존에는 중앙정부가 공제ㆍ감면해 준 뒤 부과했던 지방소득세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공제ㆍ감면한 후 걷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지방소득세의 공제ㆍ감면 내용을 규정한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개인에게만 적용돼 기업들은 공제와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액이 200억원인 회사의 경우 종전 법률에 따르면 2억원까지 10%, 2억원 초과분에 대해서 20%를 곱한 산출세액은 39억8,000만원이다. 여기에 감면분을 뺀 금액의 10%, 다시 말해 3억9,800만원에서 감면분의 10%를 뺀 금액이 지방소득세다. 그러나 개정법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감면분이 없어져 2억원까지의 주민세율 1%(200만원), 초과분의 2%(3억9,600만원)에 해당하는 3억9,800만원이 지방소득세로 결정된다. 결국 감면분의 10%만큼 기업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따르면 2015년부터 이렇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는 9,000억원이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세율을 인상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피해 세금 계산식을 바꿔 변칙적으로 기업들에 세금 부담을 늘렸다"며 "이런 꼼수가 나온 이유는 정부가 스스로 기조를 어기고 세율을 올리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세 전문가는 "통상 세법 체계를 바꿔 세수를 늘릴 때는 납세자인 기업들과 논의해 정착되기 전까지 완충장치를 두는데 이번에는 의견 수렴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섣불리 문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 정부 기조에 맞서겠느냐"며 "누가 총대를 멜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국세에 대한 부가세 방식으로 부과되던 지방세를 독립세로 전환하면서 세율 인상 없이 비과세 감면 등을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며 "지방세의 비과세 감면율이 국세보다 높아 지방재정 건전화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국세와 지방세에서 이중으로 감면 받던 부분을 정상화한 것이지 증세는 아니다"라며 "세액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반발하는 것은 기득권의 반발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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