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과 노동당, 내각에 산재된 북한 외화벌이 조직과 거래하는 중국 회사 중 절반 이상이 북한 당국자에게 뇌물을 상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중동포가 장악했던 북중 무역의 주도권이 2008년 이후 북한 군 고위층과 커넥션을 형성한 한족 중심의 무역조직으로 급속히 넘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2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단둥지역에 대한 현지조사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의 53%가 '대북 사업에서 접대비나 사례비 등을 지불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도 '지불한 적이 없다'는 비율은 26.4%에 머문 반면, '모르겠다'며 답을 유보한 비율이 20.1%에 달해 실제 상납 비율은 60%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은 연구원이 25일 개최한 학술행사에서 서울대 김병연 경제학부 교수가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의 현지 조사를 통해 발표한 '중국 대북한 거래기업 분석'에 담겨 있다. 김 교수는 "대북 사업에서 뇌물은 필수적이고 관행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뇌물 규모도 인사치레 수준을 훨씬 벗어났다. '매출액의 5% 내외'라는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10% 이상을 준다'는 비율도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이는 외화벌이에 관여한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 기업에 이권을 보장하는 반대 급부로 커미션을 챙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둥 지역을 통한 북중 거래 규모가 연간 18억달러(2011년 기준)에 달한 걸 감안하면, 매년 5,000만~1억달러 가량이 비공식 루트를 통해 외화벌이 당국자의 뒷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한편 2008년 우리 정부의 ' 5.24 조치'로 단둥을 거쳐 남측으로 수출되는 액수가 급감하면서, 북중 무역 주도권도 기존 재중동포에서 한족으로 넘어가고 있다. 재중동포 기업의 최근 퇴출율이 13%에 달하는 반면, 한족 기업은 1%에 머물렀다. 연구원은 또 "한족 기업은 북한 정부 상층부와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좋기 때문에, 거래 규모도 크고 이익률도 높은 군 소속 북한 기업과의 거래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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