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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잡는 병원 갑질에… 또 눈 감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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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잡는 병원 갑질에… 또 눈 감은 국회

입력
2014.02.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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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심사 보류 이유는작년엔 "사적거래 개입은 문제" 이번엔 "중소병원 경영난 우려"제약업계 강력 반발병원, 건보서 6주 안에 약값 받아 운영자금 쓰거나 습관적으로 지연정작 결제는 평균 8개월 걸려 지난해 도매업체 33곳 문 닫아

중소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상들이 고사위기를 호소하고 나섰다.

병원으로부터 공급한 약값을 받으려면 무려 8개월 넘게 기다려야 하는 고질적 '늑장결제'관행을 타개하기 위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작년 정기국회에 이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도 또다시 처리가 무산된 것. 업계는 집단도산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국회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의약품 대금결제기한을 6개월 이내로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심의했지만, 처리를 유보했다. 제약사와 도매상들을 보호하기 위해 6개월 내 대금 결제를 의무화하면 거꾸로 중소병원들이 대량 도산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돼 법안을 더 논의키로 했다.

이에 제약회사들과 의약품 도매업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도매상이 약을 공급하고 대금을 결제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병원만 평균 8개월, 약국까지 포함하면 1년을 웃도는(375일)게 현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전년도(15개)의 배가 넘는 33개 도매상이 문을 닫았고 심지어 30년 넘게 영업을 해온 매출액 500억원 이상 중대형 도매업체까지 쓰러졌다"면서 "늑장결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올해는 더 많은 도매상이 도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안처리가 무산된 주된 이유인 '중소병원 경영악화 우려'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사용한 약값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면 심사절차를 거쳐 짧게는 보름, 아무리 길어도 6주안에 대금을 받는다. 이 돈을 제약사나 도매업체에 전달만 해주면 되는데 병원 운영자금으로 돌려 쓰거나 돈이 있어도 습관적으로 늦게 주는 게 바로 의약품 늑장결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상습적 늑장 결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지연이자까지 더해 받을 수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 이외에 별도 법을 만드는 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병원과 제약업계만큼 갑을 관계가 명확한 곳도 없다. '을 중의 을'인 제약사나 도매상이 '슈퍼갑'과 다를 바 없는 병원들을 상대로 어떻게 공정위에 신고를 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말한다.

제약사와 도매업체들은 또 이 법안을 놓고 1년 넘게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미 병원 측에 양보할 만큼 충분히 양보했다는 입장. 2012년 말 오제세(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최초 법안에는 ▦3개월 안에 의무적으로 결제하고 ▦기한을 넘기면 최대 연 40%의 지연이자를 지급토록 하는 강력한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병원 측 요청과 정부 중재에 따라 ▦6개월 내 의무지급 ▦최대 연 20% 지연이자 등으로 완화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사적 거래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태다.

도매업체들은 그러나 건보공단을 거치며 사실상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약값 대금을 '사적 거래'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지금 분위기론 4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역시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 한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처리가 미뤄진다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강경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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