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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월 27일] 통일 대박론과 중대제안의 '교감'

입력
2014.02.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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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 만에 남북고위급 접촉이 이뤄지고, 3년 4개월여 만에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김정은 정권 출범 3년을 맞아 남북관계 재설정을 위한 탐색전을 끝내고 본격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남측이 요구한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를 끼우는데 '통 큰 양보'를 하고 신뢰를 보였으니, 다음은 남측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남측이 북한의 '좋은 행동'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구제역 방역지원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하고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북측이 '중대제안' 등을 통해서 구상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는 상호비방 중상과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지하는 등 '대결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하지만 남측은 핵과 관련한 악순환의 고리를 먼저 끊어야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산가족상봉 이후 북한은 상호 비방ㆍ중상 중단을 약속한 고위급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쌀과 비료 등 인도적 대북지원, 천안함 사태로 취해진 5ㆍ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의 전면 복원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과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을 요구하면서 유엔차원의 제재와 5ㆍ24조치 등으로 대규모 대북지원과 경협확대에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남측은 당분간 유엔 제재에 동참하면서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따라 5ㆍ24조치의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것이다. 당장은 이산가족 생사확인, 서신교환, 대면 상봉 및 화상 상봉 등을 포함하는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를 추진하면서 인도적 대북지원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인도적 문제 해결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대제안'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이산가족상봉사업이 성사됐다. 이제부터는 '원칙론'을 넘어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론'을 펴면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분단 7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통일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통일시대준비위원회' 설치를 요구한대서도 알 수 있듯이 초당적ㆍ범국민적 통일청사진을 만들기 위한 통일준비기구를 마련하는 것은 뒤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통일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합의에 기초한 통일 대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과의 업무와 기능중복의 우려가 제기되지만, 통일준비위원회가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통일 청사진을 만들고 통일부가 이를 집행하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함께 발표한 것에서도 남북관계 복원과 통일이 가져다줄 경제적 편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남북관계와 통일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을 구체화하려면 역대 정부가 풀지 못한 북핵 문제와 남북 사이의 여러 불미스런 사태를 풀어야 한다.

양 당국의 최고 지도자의 뜻을 반영해서 직접 담판하는 남북고위급접촉 창구가 개설됨으로써 남북현안의 포괄적 해결의 대화 틀은 마련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북관계 발전을 제한해 왔던 북핵 문제와 관련한 진전이 없을 경우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은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는 통일 대박론과 중대제안이란 거대담론에 공감대가 형성돼서 이산가족상봉이란 첫 결실을 거뒀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북핵과 관련한 악순환의 고리와 대결의 악순환의 고리를 동시에 끊기 위한 포괄적 평화협상을 추진하는 것이다. 새로운 포괄적 평화협상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연결해서 여러 갈래의 양자협상과 다자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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