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당수 대학이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전국 54개 대학에서 받은 대학과 청소용역업체간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다. 한 국립대는 '청소원은 교직원 및 학생과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며, 항상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다른 국립대는 '청소노동자에 대한 신상조사를 철저히 해 도난, 분실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청소원 복장이나 얼굴 화장 제한, 근무 시간 중 잡담이나 배회 금지, 순응과 친절 강요, 신상 조회 의무화 등 대부분의 계약서에 인권 침해 조항이 담겨 있었다.
쟁의 행위와 노조 활동을 사실상 원천 금지한 대학도 상당수였다. 청소노동자 금지 행위항목에 파업 또는 태업을 넣는가 하면, 단체행동 및 쟁의행위 시 계약 취소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명시한 대학들도 있다. 최소한의 인권도 무시한 '노예계약'이나 다름 없다. 임금은 더욱 열악하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 12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시급 5,700원이다. 이들이 받는 한 달 평균 임금은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142만원에 크게 밑도는 액수다.
더 큰 문제는 대학들의 무관심이다. 자신들이 실질적인 사용주인데도 용역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임금을 낮추기 위해 청소용역을 외주화하면서도 계약서에 구체적인 작업지시와 근무태도를 명시하는 것은 사실상의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임금인상 요구에 "학교 재정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백~수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둔 것과 비교하면 인색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서울 주요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내달 3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도 임금 문제 때문이다.
대학은 사회적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과 근로조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도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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