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작년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재영 사장의 취임일성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빚이 142조원(작년 말 기준)에 하루에 갚아야 할 이자만 120억원에 달하는 빚덩이 공기업 LH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도무지 손을 대기 힘들어 보이던 재무구조에 서서히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6일 LH에 따르면 지난 해 토지ㆍ주택 등 보유자산 판매실적이 22조1,00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20조4,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초과했다. 전년도(17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30%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작년 4분기 3개월 동안 판매실적이 11조3,000억원으로 이전 9개월 실적(10조8,000억원)을 앞질렀다. 이 사장이 작년 9월 1급 이상 지역본부장 및 사업본부장과 판매관리목표제에 대한 경영계약을 체결하고 적극적인 판촉을 독려한 이후 생긴 엄청난 변화다.
판매 실적 증가로 외부 차입금이 줄면서 금융부채의 가파른 증가세에도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작년 말 금융부채는 105조8,000억원으로 1년 동안 1조8,000억원이 늘었다. 2009년 통합 이후 연 평균 증가액이 10조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증가액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동을 걸었을 뿐이다. LH는 올해 사업비의 4분의 1 가량인 4조원을 민간자본을 조달해 충당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특히 정부의 공기업 경영정상화 대책에 따라 조직,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담은 ‘LH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비상경영위원회와 경영정상화추진단을 설치하는 한편, 부채관리와 방만경영요소 등을 제거하기 위한 ‘내실경영 추진방안’도 적극 추진 중이다. 전 직원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고 있다. LH 관계자는 “앞으로도 보유 자산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민관 공동사업 등 사업 방식을 다양화해 부채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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