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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장인의 숨결 따라 가는 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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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장인의 숨결 따라 가는 봄여행

입력
2014.02.2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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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람이 풍경이 된다. 이럴 때는 사람 만나는 일이 여행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장인을 찾아서’라는 테마로 장인들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 일곱 곳을 3월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바람 순해진 봄날, 문화와 문명의 주역들을 만나러 간다. 가서 보면, 이들의 호흡 깃든 현장이 멋진 풍광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하늘보다 파란 쪽빛 세상…전남 나주

다시면에 중요무형문화재 115호인 정관채 염색장의 전수관이 있다. 쪽물 들인 천이 하늘보다 파랗게 마당에 널렸다. 다시면을 비롯한 나주 일대 사람들은 예부터 쪽 염색을 많이 했다. 영산강이 자주 범람해 벼 대신 심은 것이 쪽이다. 영산강 하류는 바다와 가까워 쪽 염료 만드는데 필요한 소석회도 많았다. 이러니 자연스레 쪽 염색이 발달했다. 다시면에선 조선 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샛골을 중심으로 전통 방법으로 쪽 염료를 생산했다. 염색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 쪽 염색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전수관은 열린 공간이다.

나주 구경도 해본다. 나주는 ‘전라도의 천년 수도’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 말까지 나주목으로 성했다. 봄날 둘러볼 곳들 많다. 약 4km 길이의 나주읍성이 산책삼아 걷기 좋다. 영산포는 조선 시대 전세(田稅)를 보관하던 영산창이 있던 곳. 영산교 부근에는 그 유명한 영산포 홍어거리도 있다. 덕룡산 기슭 불회사는 들머리에 익살스러운 표정의 석장승이 유명하다. 명하쪽빛마을도 쪽 염색으로 유명하다. 나주시청 문화관광과 (061)339-8592

△1박 2일 여행코스

첫째 날: 나주읍성→완사천→영산포 황포돛배→백호문학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영상테마파크/ 둘째 날: 명하쪽빛마을→삼봉 정도전 선생 유배지→죽산보→불회사

● 손끝에서 핀 맛과 멋…경기 부천

부천문화원 한옥체험마을 김치테마파크는 김순자 김치 명인이 한평생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낸 곳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해 국내 최초 김치 명인 1호로 지정됐다. 2012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김치 명장이 됐다. 이곳에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유치원생부터 성인들까지 김치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한옥체험마을에는 최학선 전통 폐백 명인과 함께 떡케이크, 강정, 양갱 등 전통음식을 만들 수 있는 전통음식체험관도 있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 한복려 선생에게서 폐백 음식 만드는 법을 사사했다.

한국만화박물관과 미니어처 테마파크 아인스월드가 한옥체험마을에서 가깝다. 한국만화박물관은 국내 만화의 메카로, 한국 만화의 역사와 발자취가 담긴 수많은 자료들이 전시 중이다. 아인스월드에는 세계 25개 나라의 유명 건축물 100여 점이 야외 전시장에 가득하다. 부천테크노파크 로봇산업연구단지에 자리한 부천로보파크는 국내 최초 로봇 상설 전시장이다. 다양한 지능형 로봇들이 전시 중인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부천시청 문화관광팀 (032)625-3117

△당일 여행코스: 부천문화원 한옥체험마을(김순자 명인 김치테마파크, 최학선명인 맛깔손 전통음식체험관 등)→한국만화박물관→아인스월드→부천로보파크

● 담금질과 두드림의 이중주…충북 충주

무학시장 입구 누리장터에 삼화대장간이 있다. 김명일 야장의 망치 소리 우렁찬 곳. 야장은 우리말로 대장장이다. 한자로 대장간을 뜻하는 풀무 ‘야(冶)’, 장인을 뜻하는 ‘장(匠)’을 쓴다. 그는 충북 무형문화재 13호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대장간을 직접 보고 쇠를 두드리는 이색 체험을 하러 일부러 대장간을 찾는 여행자가 많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삼화대장간이 있는 달천 변을 따라 대장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곳이 유일하다.

벌겋게 달궈진 화로 앞, 탕탕 망치질하는 소리가 심장을 두드리는 듯하다. 작은 호미 하나 만드는 데 약 20회의 담금질과 1,000회 이상의 망치질이 필요하다. 손잡이를 끼우는 슴베 작업을 하고 마무리하기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삼화대장간이 있는 달천 변에는 충주 전통시장 삼총사가 있다. 자유시장과 공설시장, 무학시장이다. 봄날 장터 나들이 해본다. 자유시장은 의류상과 잡화상이 주를 이루고, 무학시장은 순대골목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끝자리 5ㆍ10일에 열리는 충주풍물시장은 장이 설 때마다 문전성시다. 달천 변 따라 350여 개 난전이 선다. 무학시장 안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살던 반선재가 있다.

충주 구경에 나선다. 고려시대 절 단호사에는 ‘충주 철불’로 유명한 철조여래좌상(보물 512호)이 있다. 세계무술공원도 흥미로운 곳. 세계 여러 나라의 무술과 택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충주세계무술박물관을 중심으로 수석 공원, 돌 미로원, 야외 공연장 등이 공원에 조성돼 있다. 자전거 타기 딱 좋은 강변길도 있다. 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23

△당일 여행코스: 삼화대장간→무학시장(반선재)→자유시장→충주시 택견전수관→충주세계무술박물관→단호사(철조여래좌상)

● 민족의 혼을 잇다…경기 파주

탄현면에 영집 궁시박물관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47호인 유영기 궁시장이 평생 연구․수집한 우리나라의 전통 활과 화살, 해외의 활과 화살을 전시한 공간이다. 궁시장은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이다.

1층 전시관은 우리나라 전통 활과 화살의 역사를 보여준다. 물소 뿔과 쇠심줄, 대나무와 뽕나무, 민어의 부레(부레풀 재료) 등 각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부터 시대별로 다양한 화살까지 전시 중이다. 적이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한 편전(아기살), 임금의 명령을 전달할 때 쓰던 신전, 소리 나는 명적, 고구려를 대표하는 육량시, 태조 이성계가 주로 사용했다는 명중률 높은 유엽전 등 화살에 숨은 이야기도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각궁은 탄력이 좋아 멀리 나가고, 파괴력이 단연 으뜸이다. 이곳에선 활 만들기와 활쏘기 체험이 가능하다. 활 만들기는 전통 방법 그대로 하는 알짜배기 체험으로 추천할 만하다. 만든 활과 화살 한 개는 가져갈 수 있으며, 체험 비용은 2만원이다.

파주에 뭐 있을까 싶은데, 둘러볼 곳 은근히 많다. 영집 궁시박물관 인근에는 모산목장이 있다. 송아지 우유 주기, 여물 주기, 젖짜기, 아이스크림과 치즈 만들기 등이 가능하다. 그 유명한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은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는 세계 각국의 장난감을 전시하는 한립토이뮤지엄이, 연인과 함께라면 각 지역의 옹기와 근현대 도자작품을 전시 중인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이 괜찮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촬영된 갤러리 카페 아다마스253도 요즘 인기다. 파주시청 문화팀 (031)940-4354

△당일 여행코스: 모산목장 체험→영집 궁시박물관→헤이리 예술마을(한립토이뮤지엄,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 독 짓는 장인들의 마을…울산 울주

울주군 외고산옹기마을은 옹기 장인들의 숨결이 서린 마을이다. 50여년전 이곳에 뿌리내린 옹기 장인들은 굵고 갈라진 손마디로 개성 넘치는 독을 만들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옹기마을에는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장인 여덟 명이 직접 옹기를 제작하는 공방과 가마가 있다. 마을은 그들의 삶터이자 소중한 작업장이며, 일반 판매를 통해 대중과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다. 옹기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지나치는 골목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마당 가득 쌓인 옹기 외에도 전통 흙 가마, 옹기를 테마로 한 다양한 구조물에서 봄날 ‘독 짓는 장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골목 따라 담벼락 너머로 옹기 공방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창기부터 쓰인 전통 황토 가마도 만날 수 있고, 장인들이 직접 옹기를 만드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마을 뒤편에는 울산옹기박물관도 있다. 이곳 옹기아카데미는 옹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옹기를 체험하는 곳으로, 일반인도 흙 놀이와 도예 체험이 가능하다. 옹기마을 옆으로 지난해 울주민속박물관이 문 열어 울주의 농경, 해양 풍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옹기마을 인근 남창마을로 간다. 이곳 남창역은 1970년대 외고산옹기마을에서 제작된 옹기들이 출하된 역으로, 지금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근대 유적으로 지정됐다. 남창역 앞으로는 끝 자리 3ㆍ8일에 남창장이 서는데, 이곳 장터 국밥 맛이 일품이다.

외고산옹기마을과 남창마을을 잇는 길은 울산의 일출 명소 간절곶으로 이어진다. 간절곶까지는 시내버스가 오가며, 진하해수욕장을 경유한다. 아이들과 함께 울산 갔다면 장생포고래박물관도 들른다. 박물관 안팎이 온통 고래 조형과 화석 등으로 채워졌는데, 아이들 참 좋아한다. 울산시청 관광과 (052)229-3891

△1박 2일 여행코스

첫째 날: 외고산옹기마을→울주민속박물관→진하해수욕장→간절곶/ 둘째 날: 태화강 십리대밭→장생포고래박물관→반구대 암각화

● 추사 김정희의 ‘명품’ 벼루가 여기에…충남 보령

보령의 남포 지방에서 생산되는 돌로 만든 벼루를 남포벼루다. 최고급 벼루의 대명사다. 보물 제547호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 유물 중에는 벼루가 세 개 있는데, 그 중 두 개가 남포벼루다. 김진한 명장은 남포벼루 제작 기능 보유자다. 1987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6호, 1996년 석공예 부문 대한민국 명장이 됐다. 청라면에 그의 공간이 있다. 3대째 남포벼루를 제작 중이다. 벼루 하나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두세 달. 재료가 되는 백운상석을 자르고 다듬어 틀을 잡고, 용과 학, 거북, 봉황, 사군자, 십장생 등을 조각하는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이곳에 가면 남포벼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남포벼루 구경하고 보령 나들이 나선다. 보령 지역은 국내 주요 석탄 산지였다. 보령석탄박물관은 충남탄전의 발달 과정과 채굴 장비, 작업 환경 등을 소개한다. 160m 길이의 모?갱도 체험이 가능하다.

별미 키조개가 있는 오천항은 꼭 들른다. 키조개는 생김새가 곡식의 검불을 까부르는 키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시커멓고 커다란 키조개 속에는 큼지막한 패주(관자)가 있다. 키조개의 패주는 웬만한 조갯살보다 훨씬 크고, 달짝지근하면서도 보드랍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요리법도 다양해서 두툼하게 썰어 회로 먹거나, 버터에 굽기도 한다. 시원한 채소 국물에 살짝 담가 먹는 샤부샤부, 매콤한 볶음도 맛있다. 항구 입구의 충청수영성(사적 501호)에서는 항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천북면에는 굴이 있다. 천북굴단지에는 구이, 찜, 물회, 칼국수 등 다양한 굴 요리를 내는 음식점들이 지천이다. 보령시청 관광과 (041)930-454

△당일 여행코스: 남포벼루무형문화재→보령석탄박물관→성주사지→오천항→천북굴단지

● 140년 이어온 맛의 고장…강원 강릉

사천면 노동리(갈골) 한과마을은 다양한 한과 중 유과인 산자와 강정 생산지로 유명하다. 네모반듯한 것이 산자, 누에고치처럼 길고 통통한 것이 강정이다. 현재 60여 가구가 한과를 만든다. 이곳 최봉석 명인은 지난 2000년 한과 분야 최초로 전통식품명인 23호에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23호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제조장 부근에 강릉 지방 한과의 유래, 제조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과 직접 한과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을 갖춘 갈골한과 체험전시관이 있다.

한과마을 가까이엔 경포대, 선교장, 참소리축음기ㆍ에디슨과학박물관, 오죽헌을 비롯해 주말이면 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인기 높은 안목 커피거리, 커피 전문점 ‘커피커퍼’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피박물관 등 연계 관광지가 많다. 3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대부가의 전통 가옥 선교장은 관람은 물론 숙박 체험까지 가능한 강릉의 명소다. 전통 한옥 중에서도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세계 60여 개국에서 수집한 명품 축음기와 뮤직 박스, 라디오, TV, 발명왕 에디슨의 수많은 발명품 등을 소장ㆍ전시한 참소리축음기ㆍ에디슨과학박물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에게도 흥미진진한 경험을 선사한다.

커피박물관은 커피농장, 커피 전문점과 함께 왕산면 산속에 호젓하게 자리 잡았다. 5개 테마로 구성된 박물관을 돌면서 로스팅부터 분쇄, 추출까지 동서양의 커피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나고, 커피나무도 직접 볼 수 있다.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1박 2일 여행코스

첫째 날: 사천한과마을(갈골한과 체험전시관)→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경포대→선교장→오죽헌/ 둘째 날: 안목 커피거리→커피박물관

김성환기자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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